쿠콘 | 주가는 왜 이 모양? 1. 웹케시 지분 평가손실

쿠콘의 웹케시 지분 평가손실로 인한 ROE 하락 착시에 관한 글입니다.




이 글은 블로그 이사에 따라 23-08-05 에 작성한 것을 옮겨온 글입니다.


쿠콘 1편 : 사업모델  1. 데이터서비스 부문
https://agde-agde.blogspot.com/2023/09/1.html

쿠콘 2편 : 사업모델  2. 페이먼트 부문
https://agde-agde.blogspot.com/2023/09/2.html


사업모델도 좋아보이고 성장성도 괜찮고 수익성도 괜찮은데 주가는 왜 이렇지?

쿠콘에 대해 알아보면 이런 의문이 드는 게 당연합니다. 이번에는 그 원인 중 가장 큰 부분이라고 여겨지는 당기손익공정가치측정금융자산(이하 "FVPL" 금융자산) 평가손실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 FVPL(Fair Value through Profit or Loss) 금융자산
공정가치 변화에 따른 평가손익을 당기손익에 바로 반영하는 금융자산 입니다. 금융자산의 분류, 손익 인식 기준, 재분류 기준 등은 설명을 요하는 사항이므로 다음 기회에 별도 포스팅 하겠습니다.


먼저 쿠콘이 속한 웹케시 그룹의 지배구조를 확인하겠습니다. 쿠콘이 왜 이런 금융자산을 보유하고 있는지, 그리고 왜 이들 금융자산의 평가손실이 거래손실로 실현될 가능성이 희박한지 이해하려면 지배구조를 먼저 볼 필요가 있기 때문입니다.




쿠콘의 사업보고서에서 "IX. 계열회사 등에 관한 사항" 에 들어가보면 다음과 같은 지배구조 그림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현재 쿠콘의 최대주주는 24.63% 지분을 가진 웹케시벡터 입니다. 웹케시벡터는 웹케시그룹의 오너 석창규 님이 지분 64.97%을 가지고 있는 회사로 쿠콘 등 계열회사를 간접지배하기 위해 존재하는, 사실상 개인회사 입니다. (사명도 원래 웹케시벡터가 아니라 웹케시홀딩스 였습니다)

쿠콘에 대한 웹케시그룹(웹케시벡터 + 웹케시 + 비즈플레이 + 석창규 님) 전체 지분율은 30% 수준 입니다. 쿠콘 CEO 김종현 님이나 기타 이해관계자들의 지분을 모두 우호 지분이라고 가정해도 50%를 가까스로 넘기는 지분율이 나옵니다. 지배구조가 탄탄하지 않아 언제든 이해관계자 간의 갈등이 나타날 개연성이 있다는 얘기입니다.

23-06-30 기업은행이 제3자 배정 유상증자로 75억원(신주 317,156주)을 쿠콘 자본금에 태우려다가 쿠콘 지분 2.77% (주식수 284,054주)를 보유하고 있는 케이아이비솔루션의 반대로 유상증자를 철회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케이아이비솔루션은 '18년 쿠콘과 합병한 회사로, 현재 쿠콘의 페이먼트 부문 사업역량에 힘을 실어준 회사입니다. 자기들은 나름 쿠콘과 회사를 합치며 의기투합 했는데 갑자기 기업은행이 유상증자로 자기들 지분을 희석시키면서, 심지어 지분을 자기들보다 더 많이 싣겠다니 기분 나쁠만 하지요. 

유상증자를 철회하면서 사건은 일단락되었습니다. 케이아이비솔루션의 지분율이 높지 않아서 사실 마음 먹으면 그냥 뭉개고 진행시킬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랬다가는 이를 지켜보고 있는 나머지 우호 지분의 심기까지 건드리게 될 것이므로, 그건 좀 부담스러웠겠지요.









이제 쿠콘의 '22년 사업보고서에 있는 단독 손익계산서를 보겠습니다. 서두가 거창했는데 사실 간단한 내용입니다.




영업이익이 매년 커지고 있으나 금융비용은 그보다 더 빨리 커지면서 당기순이익을 다 깎아먹었습니다. 금융비용이 뭔지 확인해보면...




금융비용의 대부분은 "당기손익공정가치지분상품평가손실" 입니다. 참고로 "채무상품"은 채권이고 "지분상품"은 주식입니다.

이제 당기손익공정가치지분상품평가손실을 확인해봐야겠지요.







평가손실의 대부분이 웹케시 주가 하락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점이 확인됩니다. 쿠콘은 웹케시 그룹의 성장동력이자 캐시카우이기 때문에 지배력 강화를 위한 ATM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웹케시에 대한 대주주 지분율 또한 높지 않은 관계로 쿠콘이 웹케시 지분 7.89%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쿠콘이 시세차익을 누리기 위해 웹케시 주식을 취득한 건 아닐테니 이걸 팔지는 않을 것입니다. 경영권 방어가 목표인 셈인데, 평가손실이 난다고 한들 손절매 할 리 없겠지요.

그래서 이상한 것은, 웹케시 지분을 왜 FVOCI 금융자산으로 분류하지 않았는가? 라는 점입니다. 쿠콘은 "처음에 금융자산 분류를 할 때 FVPL 로 해서 FVOCI 로 재분류하기가 어렵다, 웹케시 지분을 매도할 계획은 없다" 라는 입장이고, 이 얘기도 수긍할만한 내용입니다만...

여하튼 결과적으로 매도할 계획이 없는 주식의 평가손실이 회사 전체의 당기손익에 영향을 준다는 점이 투자자의 불안감을 자극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주가는 계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웹케시의 실적이 엄청 안좋아졌냐 하면 그것도 아닙니다. 물론 YoY 실적 감소는 나타나고 있으나 상기의 주가 하락을 설명할 정도는 아니고, 금리상승에 따른 밸류에이션 하락+정부 지원 종료에 따른 경리나라 사용자 감소 우려 효과가 복합적으로 나타난 것 같습니다.

아래 테이블은 웹케시의 별도 재무 지표 입니다. 보다시피 양호한 상태라서 업황 반등 시 주가 반등을 기대해볼 수 있습니다.




여러가지 자료를 많이 던졌는데, 중요한 점은 이겁니다.

1. 쿠콘의 영업이익은 견조한데 웹케시 지분 평가손실이 금융비용으로 반영되어 당기순이익은 망가지는 모습이 나왔고, 이걸 걷어내면 '21년, '22년 쿠콘 ROE는 30% 수준까지 올라갑니다. 회사에 대한 밸류에이션이 확 달라지는 겁니다. 지분 평가손실은 회사 본연의 경쟁력과는 무관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금융비용 일부를 제외한 후 당기순이익을 기준으로 계산기를 두들겨볼 필요가 있습니다.

2. 웹케시의 주가는 하락을 거듭했습니다. 보수적 관점에서 장기 ROE를 15% 정도로 추정하면, 23-07-26 기준 PBR 1.49는 합리적 수준의 주가입니다. 현재 수준의 주가에서는 하락폭보다 상승폭이 더 높을 것이므로, 당기손익측정공정가치평가손익 항목에 대해서는 기저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쿠콘의 사업모델이 경쟁력을 유지한다면 성장성과 수익성 또한 유지될 것이므로, 금융비용이 금융수익으로 탈바꿈한다면 과거보다 더 높은 수준의 ROE를 시현할 수 있습니다. 밸류에이션 리레이팅의 여지가 있다는 의미입니다.


이번 글은 이 정도로 마무리하고, 다음에는 쿠콘의 자본배치 능력에 대한 의구심을 다루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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