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콘은 '06년에 설립되어 '21년 4월에 국내증시에 상장한 데이터 플랫폼 기업입니다. 금융기관, 핀테크업체, 국가 등이 데이터사업을 할 때 쿠콘은 수요자와 공급자의 중간에서 데이터가 오고 가는 도로를 관리해주면서 통행세를 받는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다음의 기사를 보면 무엇을 계기로 쿠콘이 사업을 시작하게 되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쿠콘의 사업은 크게 1. 데이터 서비스 부문과 2. 페이먼트 부문으로 나뉘어집니다. 데이터 서비스 부문은 성장의 원동력이고, 페이먼트 부문은 캐쉬카우 역할을 합니다.
1. 데이터서비스 부문
1-1. 개요
데이터서비스 부문의 사업모델은 상기의 기사에서 기업들이 요청한 자사 계좌 원클릭 조회 서비스를 떠올리면 이해가 빠릅니다.
고객사의 요청에 따라 쿠콘은 각 금융기관의 데이터를 모아서 보기 좋게 가공한 뒤 고객에게 API를 통해 가공된 데이터를 제공합니다. API 사용량에 따른 종량제 또는 정액제로 월 단위 수수료를 받습니다. 최초 거래 시 도입비(라이센스 비용)도 발생합니다.
여기서 API란 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의 약자인데, 쉽게 말하면 외부 사용자가 앱을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요청방법을 규격화한 체계를 의미합니다. 그래서 서두에서 API를 데이터가 오고 가는 도로에 비유를 해보았습니다.
1-2. 시장규모
데이터 서비스 사업의 시장규모는 "2022년 데이터산업현황조사"(23-04-18,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을 참조하여 확인했습니다. 쿠콘 IR 자료에서는 데이터산업 전체 시장규모 기준으로 20조원 정도 된다고 표기했는데, 쿠콘의 매출이 1천억원도 안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는 너무 과한 수치라고 판단되어 출처 자료를 조사해봤습니다.
일단 출처자료에서 쿠콘의 산업분류는 다음과 같습니다.
코스콤, 삼성카드, 나이스평가정보, 이크레더블 등이 같은 분류로 들어가있는 걸 보면 쿠콘 기업분석 취지에는 안맞는 느낌이 있지만... 일단 해당 산업 분류의 시장규모는 다음과 같습니다.
* 모집단 기준, 표본추출 방법 등은 출처자료에 나와있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22년은 추정치니까 제끼고 '21년 직접매출 기준으로 보면 시장규모가 약 1.7조원이고 '20~'22년 CAGR은 16% 입니다. 쿠콘 '22년 매출이 645억원 이었으니까 앞으로 확장할 시장은 무궁무진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1-3. 최근 이슈와 성장성
'23년 들어 이슈화된 데이터 서비스 API는 신용대출 대환 플랫폼과 관련된 부분입니다. 6월부터 매출이 발생했으나 신용대출 대환 규모가 연간 3천억원 수준 정도로 추정되어 실적에 유의미한 영향을 주긴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이와 관련한 내용은 쿠콘 IR 통화내용을 올려주신 아나트만 님의 블로그 링크를 남깁니다. 쿠콘에 대한 조사내용을 꾸준히 업데이트하고 있어 주주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23년 하반기에는 주택담보대출 대환 플랫폼, 예적금/보험 비교 서비스 등이 출시 예정이며, 장기적으로는 의료, 헬스케어 영역이 유망해보입니다. 글로벌 네트워크도 주목할만한 부분인데, 국내 은행의 해외진출이 지속되고 있어 구조적 성장이 예상됩니다.
최근 기업은행의 유상증자 건으로 노이즈가 있었지요. 내부 지분 다툼이 거칠게 표출되는 것은 마음에 걸리지만, 성장성을 확인시켜주는 내용도 있었습니다.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57/0001755851?sid=101
해외시장에서의 성장성도 가시화되면 쿠콘의 성장판도 한 단계 더 레벨업할 것으로 보입니다.
1-4. 수익성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57/0001755851?sid=101
해외시장에서의 성장성도 가시화되면 쿠콘의 성장판도 한 단계 더 레벨업할 것으로 보입니다.
1-4. 수익성
데이터 서비스 부문의 최대 매력은 변동비 성격의 원가가 없다는 점입니다. API 개발 인건비는 고정비로 나가지만, 각 기관에서 데이터를 받아올 때 변동비 성격의 비용 지출이 없다는 의미 입니다.
당연히 영업레버리지가 높겠지요. 실제로 데이터 서비스 부문의 OPM은 35% 수준으로 페이먼트 부문의 OPM 15% 수준보다 2배 이상 높습니다. 매출이 점점 커지고 있는 부문이 수익성까지 좋다니.. 매력적 입니다.
1Q23 쿠콘 IR 자료를 보면 부문별 수익성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22년 연간 OPM은 신규 서비스 출시 지연에 따른 CAPEX 이연으로 일시적으로 높게 나온 거라는 설명이 첨부되어있습니다.
쿠콘 이외의 데이터 API 사업자 중에 유의미한 경쟁자가 현재로서는 없습니다.
상장사 중에서는 핑거가 유사한 업체로 꼽히긴 하는데 사업모델을 살펴보면 결이 다릅니다. '22년 매출은 900억원으로 쿠콘보다 더 많지만 영업이익은 50억원 수준으로 OPM 6% 수준 입니다.(쿠콘은 '22년 매출 645억원, 영업이익 200억원, OPM 31%) 핑거도 API 사업을 하겠다지만 금융기관 네트워크나 업력으로 봤을 때 쿠콘의 영역을 치고 들어가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참고] 핑거 연간 실적내역
페이먼트 부문의 경쟁자인 헥토파이낸셜(구 세틀뱅크, 자회사 "헥토데이터", 비외감기업), KSNET("하이픈"으로 인적분할, '22년 매출액 198억원)도 금융기관 네트워크를 활용하여 데이터 API 사업을 하려고 하지만 규모와 업력 면에서 아직은 쿠콘을 위협하긴 이릅니다. 따라서 당분간은 쿠콘의 독주가 예상됩니다.
데이터 사업이 그렇게 돈이 된다면 네이버, 카카오, 토스 이런 곳들은 쿠콘 API를 사용할 게 아니라 자체개발 후 해당 기능을 내재화하지 않을까? 라는 의구심이 들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한 해답은 '21년 SMIC(서울대학교투자연구회)에서 쿠콘에 대해 다룬 리포트에도 질의응답이 실려있어 다음의 캡처로 대체합니다.
국내업체 중에 쿠콘과 밸류에이션 비교를 하기에 적당한 업체가 없다보니 해외에서 찾아야 하는데, 많이 언급되는 업체는 미국의 Plaid 라는 회사입니다.
1-5에서 언급한 SMIC 리포트에서는 글로벌 카드사인 Visa가 '20년초 Pliad를 PSR 30~60 정도에 6조원에 인수하려고 했으나 무산되었고, '21년초에는 기업가치가 15조원까지 치솟았다는 언급이 있습니다.
비상장사라서 재무제표를 확인하기 어려워서 아쉽게도 현재의 밸류에이션 수준을 파악하긴 힘들군요. 혹시 조회방법 아시는 분 있으시면 댓글 좀 부탁드립니다.
23-07-15 기준 쿠콘의 시총은 대략 2,400억원 정도이고, '22년말 매출액은 645억원이었으니 기준일자의 PSR은 4배 정도 됩니다. 쿠콘 주가 최고점을 기록한 '21년 10월경에는 시총 7,000억원 정도였습니다. '21년 매출액은 614억원이었으니 그 때는 PSR이 10배를 넘어갔던 셈이지요.
물론 지금은 그 때와 달리 금리가 훨씬 높아졌으니 밸류에이션도 낮아져야하고, 기대하던만큼 성장의 속도도 빠르지 않고, 수익성도 일부 후퇴하는 등 여건이 안좋아졌습니다. 당연히 그 때만큼의 평가를 받긴 어려울 것입니다.
그러나 디스카운트 요인이 하나 하나 개선되면 그 때는 또 얘기가 달라지겠지요.
1-7. 발생 가능한 리스크
경쟁업체나 대기업의 시장진입 등 공급자 측면의 리스크는 제한적이지만, 수요 측면의 리스크는 생길 수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성장의 속도에 대한 문제 입니다. 성장의 방향은 뚜렷해보이지만 생각보다 수요자의 반응이 빨리 나타나지 않는다는거죠. 생각해보면 이러한 리스크는 기업의 리스크라기 보다는 주가의 리스크 입니다.
빠른 수익에 대한 욕심을 조금 내려놓을 수 있다면, 기회를 볼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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