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ontents
1. 미국의 해운업이 발달하지 않은 이유
2. 존스법(Jones Act)이 폐지되지 않는 이유
3. 시사점
조선업 | 미국에서 미래 먹거리를 찾은 한국 조선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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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ll-E가 그린 미국 존스법의 폐해 이미지 |
1. 미국의 해운업이 발달하지 않은 이유
미국은 세계 최대 규모의 교역량을 보이는 국가입니다. 수입, 수출 모두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으니 미국으로 배가 쉴 새 없이 드나들고 있습니다. 교역량이 이 정도 라면 당연히 국적 해운사가 있을 법도 한데, 미국 국적 해운사 라고 하면 딱히 떠오르는 곳이 없습니다. 선박 종류에 따라 선대 규모 기준으로 가장 큰 선사 10개를 뽑아 국적을 확인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컨테이너선
1) Mediterranean Shipping Company (MSC) : 스위스
2) Maersk Line : 덴마크
3) CMA CGM : 프랑스
4) COSCO Shipping Lines : 중국
5) Hapag-Lloyd : 독일
6) Evergreen Marine : 대만
7) Ocean Network Express (ONE) : 일본
8) HMM (Hyundai Merchant Marine) : 대한민국
9) Yang Ming Marine Transport : 대만
10) ZIM Integrated Shipping Services : 이스라엘
벌크선
1) China COSCO Shipping Corporation : 중국
2) Star Bulk Carriers Corp : 그리스
3) Oldendorff Carriers : 독일
4) Pacific Basin Shipping Limited : 홍콩
5) Maran Dry Management : 그리스
6) Navios Maritime Partners : 그리스
7) Genco Shipping & Trading Ltd : 미국 * 스타벌크캐리어와 합병
8) Diana Shipping Inc : 그리스
9) Safe Bulkers Inc : 모나코
10) Cargill Ocean Transportation : 미국 * 선주는 아니고 운영사
오일탱커
1) China Merchants Energy Shipping (CMES) : 중국
2) Euronav : 벨기에 * 프론트라인에 VLCC 매각
3) Mitsui O.S.K. Lines (MOL) : 일본
4) Teekay Corporation : 캐나다
5) Frontline Ltd : 노르웨이
6) DHT Holdings : 버뮤다
7) Tsakos Energy Navigation (TEN) : 그리스
8) Navios Maritime Holdings : 그리스
9) International Seaways : 미국
10) Bahri (The National Shipping Company of Saudi Arabia) : 사우디아라비아
10위권 이내 선사 모두 유럽 또는 아시아권 국가 입니다. 흥미롭게도 국토가 바다에 접하지 않는 내륙 국가인 스위스가 1위 선사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교역량은 분명 어마어마한 수준인데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진 것일까요? 그 해답은 결국 비용 효율성과 규제에 있습니다. 미국보다 인건비와 규제 강도가 낮은 국가에서는 해운업을 더 저렴하게 운영할 수 있고, 이러한 경쟁 속에서 미국 기업들은 자국 선박보다 외국 선박을 선택하는 게 더 합리적이었습니다.
여기서도 존스 법의 폐해가 확인되는데요. 존스 법(Jones Act)은 1920년에 제정되어 미국 해운업과 조선업을 보호하고 있습니다. 이 법은 미국 내에서 해상 운송을 하는 선박은 미국에서 건조되고, 미국에서 등록되며, 미국인이 소유하고 미국인이 승선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의도는 자국 산업 보호 였지만, 결과적으로 미국 선박의 건조 및 운영 비용이 높아져 경쟁력이 약화되는 원인이 되었습니다. 여기에 엄격한 환경 규제, 높은 보험료 등 비우호적인 요인이 추가되면서 미국 해운업은 경쟁력을 상실하게 됩니다.
미국의 많은 해운사들은 해외에 선박을 등록하는 이른바 "편의치적(Flag of Convenience)"을 선택했습니다. 이는 비용 절감과 규제 회피를 위해 외국에 선박을 등록하는 방식으로, 이러한 선택은 미국 해운업의 규모를 축소시키는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해운업은 기본적으로 글로벌 공급망의 일부로서 운영되고 있어 미국 기업들도 굳이 자국 국적을 고집할 필요가 없기도 했습니다.
사진 : 미국 탱커선사 International Seaways의 선박(feat. 거제도), 자사 홈페이지 |
2. 존스법(Jones Act)이 폐지되지 않는 이유
존스법은 미국 해운업과 조선업의 발목을 잡고 있는데, 이 법의 문제는 이 밖에도 더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해상 운송비 입니다. 하와이, 알래스카, 푸에르토리코와 같이 미국 땅이지만 미국 본토에서 멀리 떨어진 지역이 있습니다. 이들 지역은 본토로부터 물품을 수송해야할 일이 많은데, 존스법 때문에 미국 배, 미국 선원을 이용해야하는 관계로 해상 운송비가 비쌉니다. 물건 가격에 운송비가 반영되면서 전체 물가까지 상승하는 구조입니다. 심지어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미국을 휩쓸었을 때에는 존스법 때문에 긴급 구호물자 운송에 문제가 발생했고, 결국 그 이후 예외조항이 생겼습니다만 법의 경직성이 완전히 해소되지는 않았습니다. 그래서 2017년 허리케인 마리아가 푸에르토리코를 휩쓸었을 때도 2005년과 유사한 문제가 일부 발생했었습니다.
이렇게 문제가 많은 법이 폐지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국가 안보 때문입니다. 전시나 비상시에 물자를 운송할 수 있는 기반을 유지할 수 있는 법이 있어야한다는 명분이 든든한 방패막이 되어주고 있습니다. 게다가 관련 노동조합과 그들과 연결된 이해집단도 여기에 큰 기여를 하고 있습니다. 자기 밥그릇을 지켜주고 법이니 필사적으로 지키려는 것입니다. 개정 관점에서 접근해도 법 개정 이후 변화하는 역학관계로 인해 합의가 쉽지 않습니다. 개정해도 또 다른 장/단점이 생기는 구조라면 현재대로 놔둬도 효과의 총합은 결국 똑같은 거 아니냐는 논리가 통하는거죠.
존스법 폐지 또는 개정을 시도한 미국 정치인으로는 존 매캐인, 마조리 테일러 그린, 메이지 히로노 같은 사람들이 있었는데, 이들 모두 존스법이 경제적 측면에서 문제가 많다는 점을 사유로 법안 폐지 또는 개정을 시도했었습니다. 이러한 시도에도 불구하고, 앞서 언급한 이유 때문에 존스법은 여전히 남아있습니다.
이미지 : 푸에르토 리코의 지리적 위치, 구글어스 |
3. 시사점
미국 해운업이 발달하지 못한 이유가 전적으로 존스법 때문인 것은 아니지만, 상당한 몫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수차례 개정 또는 폐지 시도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법은 아직까지도 살아남아 미국 내 해운/조선업의 부조리를 낳고 있습니다. 법 자체를 손대지 못하니 미국도 다른 해결 방안을 찾고 있는데요.
지난 번에 살펴보았듯이(서두의 "같이 보면 좋은 글" 참고)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올해 4월경부터 미국 무역법 제301조에 따라 중국 해운/물류/조선업 불공정 행위 여부를 조사하고 있습니다. 올해 연도말(아마도 대선 전)이나 내년에 결과가 나올텐데, 후속조치의 강도를 떠나 미국사회에 적지 않은 경각심을 안길 것으로 예상됩니다. 미 해군이 봉착한 문제의 출발점도 결국은 동일한 곳이기 때문에 여기서 사업추진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최근 한화오션이 미 해군 함정지원선 창 정비를 맡게 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MRO 사업 라이센스에 해당하는 MSRA 취득 후 몇 개월 되지 않은 시점에 생긴 일입니다. 사업의 속도가 생각보다 더 빠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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