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 | 미국에서 미래 먹거리를 찾은 한국 조선업

 Summary

ㅁ 미 해군 함정 수리 예산은 '24년 원화 기준 약 19조원

 ㅇ '04년 이후 예산 CAGR 6.4%, 함정 1척당 원화 기준 약 664억원 상당

ㅁ 함정 MRO 사업은 미 해군 함대 중 전진배치된 제7함대 대상으로 수행 가능

 ㅇ 단, MSRA 라는 라이센스가 필요한데 3Q24 중 HD현대중공업, 한화오션 취득 예정

 ㅇ 한화오션은 필리조선소 인수해서 미국 본토에서도 수행 가능

ㅁ 당장은 돈이 안되지만 한국 조선업의 미래 먹거리



미국에서 미래 먹거리를 찾은 한국 조선업


| 들어가며

미국은 과거 태평양전쟁 당시 일본의 진주만 습격으로 함대 소속 전함 대부분을 잃었음에도(항공모함은 1척도 잃지 않았지만), 엄청난 건조능력을 바탕으로 금방 회복하여 일본 해군을 압도한 바 있습니다. 전후 1950~70년대까지도 미 해군은 800척 이상의 군함을 유지했으나 그 숫자는 점진적으로 감소해 현재는 300척에 조금 못미치는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반면, 지난 30여년간 연평균 11% 씩 국방비 지출을 증가시켜온 중국은 '22년을 기점으로 미국보다 더 많은 숫자의 군함을 보유하게 되었습니다. 과거 100여년간 해양에서의 패권을 놓친 적이 없었던 미국 입장에서는 다급한 상황입니다. 자국 내에서는 군함을 빨리 만들 수가 없거든요.

그래서 미 해군 장관이 국내 조선소까지 와서 군함 보수 & 건조 역량을 확인한 바 있습니다. 존스법 때문에 미국 밖에서 군함을 만들 수 없으니 한국 조선소에서 전진함대 MRO를 담당하고, 한국 조선업체가 미국 조선소를 인수하면 현지 MRO 까지 커버하는 그림을 그린 것입니다. 나아가서는 일부 군함 건조까지 염두했을테죠. 이야기가 이 정도 진행되었으니 조선주 투자자라면 미 해군에서 시작된 내러티브의 구조를 알아둘 필요가 있습니다. 군함 사업에 대한 이야기를 정리해봅니다.

사진 : HD현대중공업 홈페이지 참조

| Contents


1. 시장규모 : 미 해군 예산규모

2. 군함의 종류

3. 군함 계약 및 건조 과정

4. 함정 MRO 사업

5. 미국 외 국가의 군함 신조 예상물량

6. 결론 : 아직 끝나지 않은 한국 조선업



1. 시장규모 : 미 해군 예산규모

일단 이게 돈이 되는 사업인지부터 따져봐야 이 글을 읽을 의욕이 생기겠지요. 미 해군의 예산 추이와 해당 예산 내에서 국내 조선소의 1차 목표인 MRO 관련 예산이 어느 정도 되는지 확인해보면 매출 영향도, 성장성 등을 가늠해볼 수 있을 것입니다.

미국은 '23년 연간 국방비로 8,517억 달러를 지출했는데, 이 중 해군 예산은 2,466억 달러(29%) 입니다. 원화 기준으로는 약 340조원(2,466억 달러 * 환율 1,380원 가정) 이네요. 참고로 '23년 대한민국 정부 예산이 약 640조원 이었습니다. 미 해군 예산이 국내 전체 예산의 절반보다 조금 더 많습니다.


미 해군 전체 예산 중에 O&M(Operation & Maintenance) 예산은 '23년 기준 33% 비중 이었습니다. 그리고 O&M 예산 중에 함정 수리와 관련한 부분은 15% 비중 이었습니다. 결론적으로 '23년 함정 수리 예산미 해군 전체 예산의 약 5%(=33%*15%)를 차지했었고, 금액은 약 120억 달러 였습니다. 원화로 약 16.5조원 이군요. '24년 기준으로는 약 140억 달러, 원화 기준 약 19조원 규모로 추정됩니다.


함정 수리와 관련하여 얘기가 오가고 있는 국내 조선사 매출액과 비교해보죠. '23년 HD현대중공업의 매출액이 약 12조원이었고, 한화오션은 약 7.5조원 이었습니다. '24년 함정 수리 예산 19조원이 국내로 다 유입될 리가 없고, 처음에는 아주 많이 와도 전체의 5% 미만일 것입니다. 양사 매출 대비 시장의 규모를 비교해보면 만족스러운 수치는 아닌 것으로 판단됩니다. 그래도 한화오션의 매출액이 현중보다 작기에, 굳이 영향도를 따지자면 한화오션 쪽이 더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럼 이번에는 미 해군의 함정 수리 예산이 매년 얼마나 증가하고 있는지 확인하여 성장성을 체크해야겠지요. 미 해군 함정 수리 예산은 '04년 약 40억 달러 수준 이었습니다. 지난 20년간 CAGR 6.4% 입니다. 이 수치를 시장의 성장 수준으로 해석해도 무방할 것입니다. 

군함 수는 '04년 292척, '23년말 기준 291척으로 거의 똑같습니다. 1척당 할당되는 함정 수리 예산을 계산해보면 '04년에는 14백만불(189억원), '24년은 48백만불(664억원, '23년말 기준 척수 적용)이 나옵니다. 요컨대 MRO 일감으로 배 1척 가져왔을 때 버는 돈이 '04년 대비 지금이 훨씬 크다는 겁니다.

국내 조선소 입장에서 이건 충분히 유망한 선택지 입니다. 중국이 상선 시장 1위를 굳혀나가고 있으니 중국이 들어올 수 없는 신 시장을 찾아야 할텐데, 미 해군 군함 시장은 중국이 진입할 수 없는 시장이고 생산 효율 측면에서 일본은 한국보다 한 수 아래이니 해볼만한 게임인거죠. 당장 유의미한 매출을 올릴 수는 없을 것이고, 단기 시행착오와 진입비용을 최소화 하는 게 관건 입니다.


2. 군함의 종류

전투 참여 여부에 따라 전투함, 지원함으로 분류하고, 전투함은 다시 수상함, 잠수함으로 나뉩니다. 수상함의 종류는 다음과 같습니다.

 1) 항공모함(Aircraft Carrier)

    함재기(전투기, 헬기 등)를 위한 항공기지 역할

 2) 순양함(Cruiser)

    이지스 전투체계를 갖추고 바다를 순찰하며 대공, 대잠, 대함 방어 수행.

    항공모함은 자체 방어능력이 없어 항공모함전단을 구성하는데, 순양함이 이를 구성함

 3) 구축함(Destroyer)

    작전 시 항모전단에 접근하는 수상함, 잠수함, 전투기, 미사일 등을 방어하는 역할.

    한국처럼 항모전단을 갖추지 못한 경우 가장 크고 비싼 전투함에 해당하며,

    이지스 전투체계를 탑재한 경우 순양함처럼 최전선에서 해군 전력 전체 지휘 가능

 4) 호위함(Frigate)

    말 그대로 구축함, 수송함, 상륙함 등을 호위 지원하는 역할.

    호위함이 점차 대형화되어 분류 기준이 모호해지고 있음. 구축함 수준의 무장을 탑재하기도 함

 5) 초계함(Corvette)

    연안해역에서 경비 임무를 수행하는 역할. 국내 천안함이 초계함 이었음


군함 종류는 다양하지만 이를 종류별로 다 갖추고 작전에 투입하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각 국의 여건과 목적에 부합하게 함대를 운용할 것이고, 따라서 발주 소식이 들려도 "이번엔 요거 주문했으니 다음엔 저거 주문하겠지?" 이런 식의 판단은 지양해야할 것으로 판단됩니다.


3. 군함 계약 및 건조 과정

선도함 건조 후 운용 성과에 따라 순차 발주하며, 성능개량 목적으로 보통 3척 이상을 1개 Batch로 묶어 진행합니다. 선도함 건조에 착수하기까지 4~5년 가량 사전작업이 필요한데, 함정 무기체계 획득 과정은 4단계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1) 소요기획(해군의 건조 가능성 검토)  6~12개월 소요

    함정의 작전운용성능(ROC : Required Operational Capability) 작성 후 방위사업청에 제출

 2) 개념설계  10~12개월 소요

    함정건조기본지침서(TLR : Top Level Requirement) 확정

 3) 기본설계  3~3.5년 소요

    함정의 제원, 무장 등 확정하고 건조 사업비까지 산출한

    함정건조기술사양서(TLS : Top Level Specification) 작성

 4)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 후속함 준비 시작  4~5년 소요


4. 함정 MRO 사업

실전 배치된 함정을 유지보수하는 작업으로, 전체 함정의 MRO 일정을 미리 계획하며 다음과 같은 단계로 구분합니다.

 1) Voyage Repair(VR; 항해 수리) : Organizational-level maintenance 

    작전 마치고 복귀한 군함에 실시하는 일반적인 유지보수.

    1년 주기 / 1~2주 작업 / 수행시설 선전 없이 상위 단계 정비를 맡은 시설에 할당

 2) Mid-Term Qvailabilities(MTA; 중기 점검) : Intermediate-level maintenance 

    VR보다 더 많은 작업 수행. 전문 엔지니어 필요.

    18개월 주기 / 2개월 작업 / 조선사 드라이도크 선제적 확보 필요

 3) Overhaul(창정비) : Depot-level maintenance 

    완전 분해 후 정비 & 재조립.

    5~7년 주기(군함의 30년 생애주기 중 4~5번 수행) / 6개월 작업 / 고수익 작업

창정비는 보통 군함을 건조한 조선사에서 수행하므로, 긴급한 경우 아니면 초기 단계 MRO부터 시작할 것으로 보입니다.

미 해군 군함은 선체, 핵심 구조물 모두 미국 본토에서 건조해야하는데, MRO도 마찬가지 입니다. 이는 법으로 규정된 규제사항이기 때문에 미국 본토 혹은 괌이 모항인 군함은 해당 지역 밖에 위치한 조선사에서는 정비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한화오션은 미국 본토에 야드가 있는 필리조선소를 인수한 거죠. 미국 본토에 있는 군함 조선소로는 이 밖에도 영국 BAE Systems, 이탈리아 Fincantieri, 호주 Austal이 운영하는 조선소가 더 있습니다.

단, 전진 배치된 함정들은 국내에 위치한 조선소에서도 정비할 수 있습니다. 미 해군 5함대는 바레인, 6함대는 이탈리아 나폴리, 7함대는 일본 요코스카에 있는데, 이들 함대는 본토로 복귀하지 않고 모항이나 작전 지역 인근에 MSRA(MAster Ship Repair Agreement) 자격을 갖춘 조선소에서 정비하면 됩니다. 이 자격은 3년 주기로 갱신해야 합니다.

국내 조선소는 제7함대와 본 함대 MRO 시장에 진입하겠죠. HD현대중공업, 한화오션 모두 3Q24 내로 MSRA를 획득할 예정입니다.


5. 미국 외 국가의 군함 신조 예상물량

이 부분은 제가 의도한 주제에서는 벗어나있지만 투자자로써는 필요한 내용이라 같이 정리해둡니다. 수상함은 호주, 잠수함은 캐나다, 폴란드 등에서 신조 수주를 노리고 있습니다. 

 1) 수상함(호주) : 호위함 11척 / 총 예산 AUD 111억불(원화 약 10조원, MRO 포함)

    총 예산 중 신조에 AUD 52억불(원화 약 5조원)이 할당됩니다. '18년말쯤 영국 BAE Systems를 사업자로 선정해서 사업을 진행하고 있었는데 최초 예산 AUD 450억불이 650억불로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프로젝트 자체를 갈아엎고 다시 시작한 겁니다. 현재 일본 미쓰비시중공업 등과 경쟁 중이나 가성비 측면에서 한국 디자인 선정 가능성이 높다고 합니다. 

 2) 잠수함(캐나다) : 재래식(디젤) 잠수함 12척 / 총 예산 CAD 600억불(원화 약 60조원, MRO 포함)

    총 예산 중 신조에 CAD 150억불(원화 약 15조원)이 할당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91~00년 기간 중 영국에서 쓰다가 캐나다로 넘긴 잠수함을 지금껏 쓰다가 새로 만들려는 것이죠. 여기도 한일 양강 구도인데, 사양 면에서나 수출 이력(한화오션 인도네시아 수출 이력 있음) 면에서나 국내 장보고 III 사양이 채택될 가능성이 더 높다고 합니다.

 3) 잠수함(폴란드) : 재래식 잠수함 4척 / 신조 예산 23억유로(원화 약 3.5조원)

    MRO 포함 시 총 예산 약 10조원으로 추정됨. 일본의 입찰 여부가 불투명하여 국내사 선정 가능성 높음


6. 결론 : 아직 끝나지 않은 한국 조선업

중국 조선업의 발전 속도를 보면서 이번 업싸이클이 한국 조선업에게 주어진 마지막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본이 그랬듯이 한국도 중국에게 자리를 내어주는 모습이 그려졌죠. 그러던 와중에 지정학적 변화로 인해 흐름이 바뀌었습니다.

중국 조선업에 대한 미국의 견제는 미 해군에서 시작되었습니다. 그런데 상선 부문에서도 그럴 기미가 보입니다. 지난 4월 중순 미국 무역대표부(USTR)무역법 제301조에 따라 중국 해운/물류/조선업에 대한 불공정 행위 여부를 조사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조항은 교역 상대국의 불공정 행위로 인하여 미국 산업이 피해를 봤다고 판단될 경우 대통령 권한으로 무역 보복 조치를 부과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는데요. 조사 결과는 11월 5일 미국 대선을 전후에 발표될 가능성이 크다고 합니다. 정치적으로 이용하기 좋은 사안이라 그 때가 되면 주목 받는 이벤트로 부각될 수 있겠습니다.

한편, 지난 4월말 미 의회에서 발표한 '국가 해양전략을 위한 의회지침' 에서는 쇠퇴하는 미국의 해양력을 되돌리기 위한 미국 해운/조선업 활성화 방안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반도체지원법(CHIPS Act)이 모범사례로 제시된 것을 보면, 미국 반도체 산업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 조선업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는 의미겠지요. 한화오션의 필리 조선소 인수에서 확인했듯이 변화는 이미 시작된 것으로 보입니다.

이 보고서에서는 세계 무역의 80%가 해운을 통해 이뤄지고 있으나 '23년 기준 미국 국적선대는 200척 이하, 중국 국적선대는 7,000척 이상 이라는 내용도 나옵니다. 게다가 '23년 수주 선박 수는 미국 5척, 중국 1,700척이었다는 점을 지적하며 위기를 부각시킵니다. 미국은 군함 뿐 아니라 상선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조선소 여건상 미국이 한국 없이 상선을 효율적으로 건조할 수 없습니다. 또한, 중국과의 현격한 선대 규모 차이를 단시간에 따라잡기도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일본이 한국 조선업을 대체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고, 베트남, 필리핀이 한국 조선업을 대체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닙니다. 한국 조선소에게는 아직 미래의 먹거리가 충분히 남아있는 것으로 판단됩니다.


* 참고자료

 - 조선/방산; 군함, 한 권으로 끝내기 (한국투자증권 강경태, 장남현, 남채민, 24-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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