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 | 증설된 중국 조선소는 벌크선으로 채워질 것

증설된 중국 조선소는 벌크선으로 채워질 것


| Contents

1. 중국의 조선소 증설과 벌크선

2. 벌크선 선령 분포

3. 벌크선 발주 지연 사유

4. 벌크선 발주의 분기점은 '25년 하반기

5. 중국이 진행하는 세계 최대 철광석 광산 프로젝트 

6. 벌크선 발주량과 공급량

7. 한국 조선소의 영향도


Dall-E가 표현한 벌크선 건조 도크


1. 중국의 조선소 증설과 벌크선


중국의 수주 가능 선종

중국은 올해 컨테이너선 수주를 싹쓸이한데다 대형사간 합병, 조선소 증설까지 하고 있어 국내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컨테이너선은 이제 거의 다 발주가 나온 거 같고 LNG선은 아직 중국산에 대한 선주들의 신뢰도가 낮아 발주를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그렇다면 중국은 뭘 믿고 증설을 한 것일까요? 그 해답은 벌크선 선대 대비 발주잔고 비율을 통해 추측해볼 수 있습니다. 벌크선도 노후화되고 있는 것은 매 한가지인데 나와야할 발주 물량이 아직 안나왔으니 이제 나올 때가 되었다는 겁니다.



글로벌 선대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벌크선

'24년 9월 기준 GT(Gross Tonnage) 기준으로 벌크선은 전체 선대의 35%, 전체 잔고의 21%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한국 조선소는 수익성 문제로 수주할 수 없는 선종이지만, 어쨌든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발주가 어느 정도 나오고 있다는 점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벌크선 선대의 규모를 감안했을 때 현재 수준의 발주량으로는 노후화 문제를 해결할 수가 없는 상황입니다.



2. 벌크선 선령 분포


선령의 쏠림

벌크선은 '10~12년 인도된 선박의 비중이 전체 벌크선 선대의 약 28% 가량으로 타 선종 대비 쏠림 현상이 강합니다. 이렇게 선령이 편중화되어있으면 특정 연도를 기점으로 노후선 비중이 급등하는 현상이 나타납니다. '24년 현재 선령 15년 이상 벌크선의 척수 비중은 34%, 20년 이상은 14% 수준이며, '30년이 되면 이 비율이 각각 67%, 39%로 급등합니다. 벌크선 전체 선종이 과거 노후화 고점 시기 대비 94% 이상 수준까지 노후화가 진행되었습니다. 현재 대부분의 조선소 슬롯이 '27년까지 채워졌고 '28년도 절반쯤 채워진 상태이니 벌크선사들에게 시간적 여유가 많지 않은 셈입니다.



노후화 수준 대비 미흡한 발주량

철광석 등을 실어나르는 케이프 사이즈의 경우 선대 대비 발주잔고 비율이 약 6.5% 수준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중소형급 사이즈인 파나막스, 핸디사이즈는 배를 만들어줄 조선소가 그나마 남아있어 발주가 어느 정도 나오고 있습니다만, 케이프 사이즈는 대형 조선소가 필요하니 발주가 더욱 어려운 상황입니다. 반면 벌크선 운임은 '11~20년까지의 평균 운임보다 높은 수준을 4년째 유지하고 있어 벌크선사들의 지갑은 두툼해져있습니다.


3. 벌크선 발주 지연 사유


조선소 캐파 부족

앞서 언급했듯이 조선소 슬롯이 많이 채워진 상태라서 벌크선을 지어줄 여력이 부족합니다. 벌크선보다 수익성이 좋은 컨테이너선, LNG선 등이 도크를 차지하고 있죠. '21~24년 4년간 8K급 이상 컨테이너선만 해도 588척이 발주되었습니다. LNG선을 제외한 대형 상선 기준으로 글로벌 인도 가능 척수는 150~200척 수준입니다. 지난 4년간 조선소 상선 캐파의 대부분은 컨테이너선이 차지하고 있었다는 의미입니다. 벌크선 발주량을 보면, '23년의 경우 파나막스 253척, 핸디 29척, 케이프 52척이었습니다. '21년 이후 발주량이 고만고만 했고, 그나마 많았던 게 '21년, '23년 이었다는 점이 인상적입니다.




환경 규제로 차세대 연료 불확실성 상존

선박의 차세대 연료는 LNG, 메탄올, 암모니아를 두고 선주들이 많은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대개 LNG를 브릿지 성격의 연료로 가장 많이 선택하고 있고, 한동안 메탄올 쪽으로 발주가 나오다가 암모니아로 선회하는 분위기입니다. 컨테이너선 같은 경우에는 선가 자체가 벌크선보다 높은 편이라서 선주들이 고민을 상대적으로 적게 했습니다. 예를 들어 컨테이너선의 선가는 23K TEU급이 242백만달러, 15K가 174백만달러 수준인 반면 벌크선 210K dwt는 80백만달러 밖에 안됩니다. 듀얼퓨얼 사양으로 발주하려면 여기서 20~30백만달러 정도의 비용이 더 소요되는데, 선가 대비 비율로 치면 벌크선은 작게 잡아도 25% 가량의 비용이 더 들어가는 셈입니다.

따라서 벌크 선주들이 체감하는 듀얼퓨얼 사양 선박에 대한 발주 부담은 컨테이너 선주들의 2~3배 수준입니다. 이렇게 많은 비용을 사용하는데 차세대 연료의 대세가 바뀐다면 매몰 비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겠죠. 부정기 운항을 하는 벌크선의 특성 또한 선택을 어렵게 하는 요인입니다. 암모니아, 메탄올은 아직 벙커링 시설이 충분치 않고, LNG는 환경 규제의 속도에 따라 선령 20년을 채우지 못하고 무탄소 연료로 다시 배를 바꿔야할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불확실성이 벌크선 발주 지연으로 귀결되고 있는 것입니다.


4. 벌크선 발주의 분기점은 '25년 하반기


CII 규제 세부안은 '25년 하반기에 정해질듯

CII(Carbon Intensity Indicator)는 1톤의 화물을 1마일 운송하는데 배출하는 CO2를 AER(Annual Efficiency Ratio)로 표현한 지표입니다. 실제 운항 시 배출한 CO2를 측정하여 계산을 하게 되는데, IMO가 선박 크기별로 CII 허용값을 제시합니다.

CII 등급은 A~E등급이 있으며 각 등급은 CII 허용값을 기반으로 선정됩니다. 만약 E등급을 1회 부여 받거나 D등급을 연속 3회 부여받게 될 경우 개선계획을 제출하거나 폐선해야 하기 때문에 강력한 규제입니다. CO2 감축률은 '08년 CO2 배출량 대비 '23년 5% 감축에서 시작하여 '27년 11%까지 매년 2%씩 감축률이 증가합니다. 그리고 '28년 이후 CO2 감축률은 '26년 이전의 운항 데이터를 바탕으로 '25년 봄 MEPC 83차 회의에서 세부사항을 논의하게 됩니다.

따라서 '25년 하반기에는 CII 규제 방향성이 어느 정도 정해질 것이고, 벌크선 선주들의 친환경선박 발주 일정 또한 윤곽을 드러내게 될 것입니다.


세계 최초의 암모니아 D/F 벌크선 '25년말 인도

암모니아는 무탄소 연료이지만 독성이 있습니다. 따라서 선주들이 실제 인도된 암모니아 벌크선이 문제없이 잘 다니는지 눈으로 확인하고 싶어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운항 데이터에 문제가 없다면, 벌크선 발주 또한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5. 중국이 진행하는 세계 최대 철광석 광산 프로젝트 


중국은 세계 최대 원자재 수요국

중국은 글로벌 철광석 물동량의 76%, 석탄은 30%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벌크선, 그 중에서도 케이프 사이즈를 가장 많이 사용하는 국가입니다. 그동안 중국 경제가 안좋아 향후 물동량 전망이 밝지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24년 7월 세계 최대의 철광석 광산 프로젝트가 승인됩니다.



서아프리카 기니의 시만두 프로젝트

시만두 프로젝트는 1~2구역, 3~4구역으로 구분된 철광석 광산 프로젝트입니다. 4개 구역 모두 중국 자금이 들어갔고, 총 투자액 16조원 중 6~8조원을 부담했습니다. 연간 철광석 생산량은 1.2억톤 수준으로 전세계 해상 공급량의 약 5% 수준입니다. 생산 가동 시기는 '25년말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중국이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목적은 호주에서 수입하던 철광석에 대한 수입처를 다변화하기 위함입니다. 중국이 호주에게 무역보복을 하다가 철광석으로 카운터펀치를 맞은 이야기는 유명하죠. 브라질 철광석만으로는 수요를 충당할 수 없어 중국은 호주가 미워도 호주산 철광석을 계속 사용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시만두 프로젝트로 인한 톤 마일 증가 효과

그러나 시만두 프로젝트를 통해 기니에서 연간 1.2억톤의 철광석을 조달하면 '24년 중국의 호주산 철광석 수입량 기준으로 의존도를 기존 대비 6%P 가량 낮출 수 있습니다. 그러나, 호주에서 가져오던 철광석을 기니에서 가져오려면 톤 마일 증가 효과가 상당히 큽니다. 호주에 가던 배를 돌려 기니에 보낸다 해도 거리 때문에 배가 더 많이 필요해지는 것입니다. 유로나브는 '25년 연간 6척에서 시작해 '28년에는 연간 170척의 케이프가 필요하다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19~23년 5개년 평균 케이프 인도척수가 77척인 점을 감안하면, 시만두 프로젝트 하나에 거의 2년 가량의 발주 물량이 생기는 셈입니다.



6. 벌크선 발주량과 공급량


'25년 이후 케이프 연간 150~200척 발주 전망

물동량과 노후선 교체 발주를 고려할 경우 케이프 사이즈 기준 '25년부터 5년간 연간 150~200척의 발주가 전망됩니다. 선령 20년 이상 선박을 차감할 경우 '24년부터는 선대가 감소하기 시작하며, 감소폭은 연도가 경과될수록 점점 커집니다. '30년이 되면 선령 20년 이상 케이프 사이즈 벌크선의 숫자가 878척에 이릅니다. 환경 규제를 떠나 노후화로 인해 교체되는 물량만 이 정도이고, 여기에 시만두 프로젝트로 인한 신규 수요분을 가산하면 상기의 전망치는 무리한 수치가 아닌 것으로 판단됩니다.

인도의 경제 성장에 따른 철광석, 석탄 수요 증가를 감안하면 오히려 과소 계산된 수치가 아닐까요? 인도의 해상 물동량 데이터가 추정에 더해지면 새로운 인사이트가 열릴 것 같습니다.



벌크선 공급량


 1) 일본

일본의 연간 중대형 벌크선 건조 캐파는 40~50척 수준이며, 이 중 케이프 캐파는 20척 수준입니다. 일본 이외에는 필리핀, 기타 지역이 벌크선 수주 잔고의 6%를 차지하고 있으나 유의미한 수치는 아닙니다.



 2) 중국

'25년 이후 케이프 사이즈를 인도하는 조선사는 4곳 뿐 입니다. 기존에 벌크선을 건조하던 다른 조선사들은 수익성이 더 좋은 컨테이너선과 탱커를 만들고 있습니다. '20~22년 기간 중 주요 조선사들의 벌크선 인도 비중은 약 70% 였으나 '21~24년 기간 중 인도 비중은 40% 수준까지 낮아졌습니다. 중국의 조선소 증설 규모는 주요 조선사 기준으로는 '23년 연간 220척 건조에서 '27년 300척 수준으로 약 36% 증가한 수준입니다. 


최근 4년간 중국의 주요 조선사가 수주한 대형 상선 숫자는 845척 수준입니다. 대략 연간 210척 정도 되죠. '21년의 경우 인도량 213척 중 벌크선 85척, 그 외 상선이 128척이었다고 합니다. 그 이후의 수주는 벌크선보다 그 외 상선이 더 많았으므로 벌크선 인도량은 감소했을 것이나, 앞으로 컨테이너선 발주 감소에 따라 남는 여력은 벌크선이 채우는 구조가 될 것입니다. 중국은 벌크선을 워낙 많이 사용하다 보니 자국의 필요에 따라 노후화에 대응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에 따라 중국 조선소 증설 이후 캐파 연간 300척 중 160척은 케이프로 채워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 수치는 일본이 연간 20척 정도를 가져갈 것을 감안한 수치입니다.



7. 한국 조선소의 영향도


벌크선 발주로 인하여 중국 조선소 증설 영향도는 중립적

중국 조선소의 증설에도 불구, 여유 수주량의 상당 부분은 벌크선이 차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중국은 자체 수요로 일감을 채우기 충분한 상황이므로 한국의 주력 선종인 LNG선, 가스선 시장을 교란할 이유가 없습니다. 중형급 컨테이너, 탱커 시장에서는 기존과 마찬가지로 1) 사이즈별로 대응하거나 2) 중국이 슬롯을 채운 다음 제값을 받거나 3) 빠른 납기로 비싸게 받거나 하는 식으로 국내 조선소의 수주가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적어도 향후 5년 정도는 현상을 유지하는데 무리가 없어보입니다.



* 참고자료

 - 조선업 | 여집합에서 답을 찾다 (24-10-15 IBK투자증권 오지훈)


* Disclaim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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