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 CEO의 경험과 통찰력 | 디즈니만이 하는 것, 밥 아이거

기억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은 책입니다. 하나의 스토리로 엮기 보다는 각 챕터별로 몇 가지 내용들을 두서없이 남겨봅니다.




| 리더는 낙관주의를 견지해야한다


비관주의는 어느 정도까지는 본인에게 이롭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재난에 대한 두려움이 동기를 자극하고, 그것이 완벽한 일처리와 성공의 동력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다른 사랆들에게 동기를 부여하기에 유용한 도구는 아닙니다. 리더는 낙관주의를 잃어서는 안됩니다. 특히 위기상황에서는 더더욱 필수적입니다. 비관론은 편집증을 낳고, 그것은 다시 방어적인 태도를 불러오며, 그것은 다시 리스크 기피 성향을 유도합니다.

반면 낙관주의는 같은 상황에서 전혀 다른 역학을 발동시킵니다. 특히 어려운 순간에, 당신이 이끄는 사람들은, 방어적 태도를 일삼거나 자기 안위만 챙기는 게 아니라 중요한 일에 집중하는 리더의 능력에 대해 신뢰감을 느낄 수 있어야 합니다. 상황이 좋지 않은데도 좋다고 말하라는 의미가 아닙니다. '상황이 호전될 것'이라는 신념을 전달하라는 의미도 아닙니다. 당신 자신과 주변 사람들이 최상의 결과를 향해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을 믿고, 상황이 나아지지 않으면 끝장이라는 느낌을 전달하지 말라는 의미입니다.

리더인 당신이 설정하는 분위기는 주변 사람들에게 엄청난 영향을 미칩니다. 누구도 비관론자를 따르고 싶어하지 않습니다.


| 디즈니의 픽사 인수에 대한 스티브 잡스의 검토


디즈니와 픽사의 협력 관계가 망가지고 상호 협력 계약의 만료일자가 다가오고 있을 때 밥 아이거는 디즈니의 새로운 CEO가 됩니다. 당시 디즈니애니메이션은 10년 이상 장기 침체기에 있었고, 픽사의 애니메이션은 승승장구 하고 있었기 때문에 디즈니에겐 픽사가 필요한 상황이었습니다. 그러나 망가진 관계 위에서 새로운 협력 계약을 맺기엔 디즈니가 불리한 상황이었고, 스티브 잡스와 관계 회복을 시도하던 밥 아이거는 과감하게 디즈니의 픽사 인수를 제안합니다.

두 사람의 대면 인수협상은 애플 본사에서 시작됩니다. 스티브 잡스는 화이트보드를 즐겨 사용했는데, 벽면에 부착된 보드는 길이가 7m에 달하는 크기였습니다. 스티브는 화이트보드의 한쪽에 합병 시 장점, 다른 한쪽은 단점을 적었습니다. 단점이 먼저 언급되었습니다. "디즈니의 문화가 픽사의 문화를 파괴할 것이다"는 내용을 중심으로 각가지 경영상의 단점이 줄줄이 보드에 적혀졌습니다. 단점이 너무 많아 장점을 찾아보니 몇 개 나오지 않았습니다.

밥 아이거는 디즈니가 픽사의 핵심인물인 존 래시터와 에드 캣멀이 상상하는 바를 옮겨놓을 수 있는 더 큰 캔버스가 될 것이라는 비전을 제시합니다. 사실 그 이외의 장점은 별 거 없었습니다. 밥 아이거의 비전을 들은 스티브는 다음과 같이 대답합니다.


"견실한 장점 한두 가지가 수십 가지 단점보다 강력한 법이지요. 자, 이제 무슨 일을 하면 될까요?"


스티브는 모든 측면을 살펴볼 때 부정적인 측면이 긍정적인 측면을 상쇄하지 않도록 균등하게 평가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 탁월함은 자신이 완수하고자 하는 무언가를 추진할 때 더욱 빛났습니다. 추측컨대 그는 다른 많은 아이디어에 대해서도 불가능성보다는 가능성에 방점을 찍었을 것입니다.


(좌에서 우로) 에드 캣멀, 스티브 잡스, 존 래시터  |  출처 : biography.com


| 위임을 가능케 하는 신뢰


디즈니는 픽사를 인수한 후 마블 인수를 계획합니다. 이 때 스티브 잡스는 디즈니 이사회의 임원이자 최대주주였기 때문에 그의 의견이 중요했습니다. 그러나 스티브는 평생 한 번도 만화책을 읽어본 적이 없다고 했습니다. 그는 밥 아이거에게 이렇게 말해줍니다.


"비디오 게임도 싫지만, 만화책은 더 싫어합니다."


스티브를 설득하기 위해 밥 아이거는 마블 캐릭터 사전을 직접 만들어 그에게 보여주려고 들고 갔습니다. 그는 스티브에게 마블의 세계관을 설명하고 디즈니가 인수하려고 하는 회사가 어떤 곳인지 알려주고 싶었습니다. 스티브는 그 사전을 10초 정도 뒤적거리다 한쪽으로 밀쳐내며 질문했습니다.


"밥, 이게 당신에게 중요한 일인가요? 정말 마블을 원해요? 마블이 또 하나의 픽사인가요?"


밥 아이거는 마블이 또 하나의 픽사인지 확신할 수는 없지만, 마블의 인적자원과 풍부한 콘텐츠는 디즈니의 경쟁력 강화에 필요하다고 대답했습니다. 스티브는 픽사 이후 밥이 보여준 행동을 지켜봤고, 그가 약속을 지키는 사람이라는데 신뢰감을 품고 있었습니다. 스티브는 만화책과 슈퍼히어로 영화를 싫어했지만 그를 돕고 싶은 마음이 더 컸습니다. 그래서 당시 마블의 경영자 아이크 펄머터와 통화해 디즈니의 픽사 인수 이후에도 디즈니는 픽사의 브랜드와 사람들을 존중해주고 있고, 밥 아이거는 자신과 한 약속을 지키고 있다고 얘기해줍니다.

이 통화는 아이크가 디즈니와의 거래에 대해 가지고 있던 의구심을 떨쳐내는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밥 아이거는 스티브가 나서준 것에 대해 감사해했고, 이따금 이와 비슷한 일이 있으면 스티브가 최대주주이니 이런 부탁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얘기하곤 했습니다. 그럴 때면 스티브는 이렇게 대꾸했다고 합니다.


"나를 그런 식으로 생각하면 안돼요. 그건 모욕이거든요. 난 그저 좋은 친구일 뿐이에요."




| 충족시키지 못한 조지 루카스의 눈높이


마블 인수 이후 디즈니는 스타워즈 시리즈를 보유한 루카스필름 인수에 나섭니다. 조지 루카스는 새로운 스타워즈 시리즈 3편의 줄거리를 완성해두었는데, 협상과정에서 디즈니는 이 줄거리의 판권은 구입하지만 그대로 사용할 의무는 없다는 조항을 삽입합니다. 그리고 인수 이후 2015년말 새로운 스타워즈 영화인 "깨어난 포스"가 개봉됩니다. 시사회에 초청된 조지 루카스는 이 영화에 실망감을 표합니다. 이번 영화에 시각적, 기술적 도약이 충분치 않다는 이유 때문이었습니다.

실제로 이 영화에 대한 관객들의 평을 보면 기존 팬들을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너무 조심한듯한 느낌이라 그저 그랬다는 의견이 꽤 있습니다. 영화 자체는 흥행에 성공했지만, 조지 루카스는 결국 어느 인터뷰 석상에서 불만을 토로합니다. 디즈니가 자신이 작성한 줄거리를 사용하지 않았고, 디즈니에 루카스필름을 매각한 게 마치 노예상인에게 자식을 팔아넘긴 것처럼 느껴진다는 것이었죠. 밥 아이거는 이에 대해 대응을 하지 않기로 하는데, 조지 루카스가 먼저 전화를 걸어와 사과합니다. 일생을 건 작품을 내 손에서 떠나보내는 일이 얼마나 힘겨운지 설명하다보니 선을 넘어서 해서는 안되는 말을 했다고 하죠.

다소 의아스러운 점은, 디즈니에서 만든 첫번째 스타워즈 영화에 왜 굳이 조지 루카스의 스토리를 사용하지 않았는가 하는 점입니다. 사실 디즈니가 발표한 스타워즈 3부작(깨어난 포스, 라스트 제다이,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는 수많은 논란을 낳았고, 평도 시원찮았습니다. 과감히 새로운 시도를 할 게 아니었다면 안전하게 가는 게 맞지 않았냐는거죠. 루카스필름을 이끌고 있는 캐슬린 케네디는 조지 루카스 본인이 지목한 인물이지만, 그녀가 회사를 맡은 이후 발표된 스타워즈 시리즈는 마치 변동성 높은 주식처럼 작품성의 편차가 컸습니다.


사진 : 캐슬린 케네디,  출처 : 나무위키


| CEO로서의 경험과 본질적 자아


한 사람이 과도한 권력을 지나치게 오랫동안 가지면 결코 좋지 않습니다. CEO 라는 직위는 막강한 권력을 축적할 수 있고, 그럴수록 그것을 행사하는데 절제력을 유지하기가 점점 힘들어지기 때문입니다. 사소한 것들부터 바뀌기 시작합니다. 자신감이 자신에 대한 과도한 신뢰로 바뀌고 결국 장애가 되기도 합니다. 이미 모든 것을 안다고 느끼기 시작하면, 인내심이 사라지고 타인의 의견을 묵살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주변 사람들의 말에 더욱 귀를 기울이고 다양한 의견에 관심을 보이고자 의식적으로 노력해야 합니다.

결국 리더십의 비결은, 나에게 막강한 힘이 있고 내가 중요한 사람이라고 온 세상이 부추기더라도 본질적 자아에 대한 인식을 놓치지 않는데 있습니다. 직함으로부터 자유로웠던 시절, 무엇인가를 동경하고 갈망하던 나 자신의 모습을 기억해야 합니다. 세상이 하는 말을 지나치게 믿기 시작하는 순간, 어느 날 거울을 보며 이마에 자신의 직함이 새겨져 있는 것을 발견하는 순간, 이미 삶의 방향은 사라진 것입니다. 삶의 여정 어디에서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든 나는 언제나 지금까지의 나와 같은 사람입니다.


Dall-E가 표현한 내면의 본질적 자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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