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들어가며
금융 당국이 PF 연착륙 방안을 발표한 이후 구조조정 계획이 가시화 되어가고 있습니다. 국내 대형증권사들이 PF 익스포저가 꽤 있는 편인데도 주가가 상당폭 반등한 것을 보면 이미 PF 위험은 관리 가능한 영역 내에 있다는 의미일텐데요. 그래도 해외부동산과 함께 증권업종 투자의 양대 리스크로 꼽히는 부분이다 보니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해보입니다. PF 시장 현황을 정리해봅니다.
| Contents
1. PF ABCP 발행 급감에 따른 ABCP 시장 안정화
2. 하반기 PF 구조조정 본격화
3. 비주거 상품으로 위기를 맞은 제2금융권
4. 책임준공관리형 신탁(이하 "책준")의 명암
5. 천천히 반영될 구조조정 충격
6. PF 구조조정에 따른 대형 증권사 영향도
7. 결론 : 주택시장을 중심으로 한 PF 재개 예상
1. PF ABCP 발행 급감에 따른 ABCP 시장 안정화
'22~23년 레고랜드 사태, 태영건설 워크아웃가 연달아 발생하면서 흔들렸던 PF ABCP 시장은 1) 정책적 유동성 공급, 2) '22년 하반기 이후 PF 장기물 전환 증가 & ABCP 발행 감소, 3) 롯데건설 크레딧 리스크 해소('24년초 시중은행과 2조원 규모 펀드 조성)로 인하여 안정을 되찾았습니다. 이러한 안정세는 주로 2)에 기인한 바가 컸습니다. 한편, 우량 오피스 선순위 PF 대출금리는 5~6% 수준에서 형성되는 분위기로 1) 아파트, 오피스 등 우량자산, 2) 대형시공사의 신용보강에 국한된 선별적 PF 재개가 예상됩니다. 향후 PF 시장은 시공사의 신용도가 관건이 될 전망입니다.
2. 하반기 PF 구조조정 본격화
5월, 금융 당국은 'PF 연착륙 방안'을 발표했습니다. 6월말까지 사업성 평가 후 7월부터 4개 평가결과(양호, 보통, 유의, 부실우려) 중 '유의'와 '부실우려' 사업장은 경공매 및 재구조화 계획을 제출해야 합니다. 8월부터는 금융 당국이 해당 사업장 사후관리에 나섭니다. 금융 당국은 총 사업장의 2~3%는 경공매 대상, 약 10%는 재구조화 대상으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PF 전체 시장 규모를 230조원으로 가정할 경우 약 5조원 상당의 사업장이 경공매 대상 입니다.
재구조화는 사업장 및 채권 인수, 중/후순위 출자 전환 등의 방식이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인허가 변경을 통한 재구조화는 참여자의 손실이 수반되므로 어렵고, 캠코의 정상화펀드, 민간 NPL 펀드 등을 통해 이뤄질 것입니다. 은행, 보험사가 1조원 규모의 신디케이트론을 조성한 것도 이러한 방침의 일환으로 보입니다.
유동성이 증가하면서 시장금리가 하향 안정화되어 구조조정 충격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지만, 충격이 없진 않을 것입니다. 1) 약 5조원의 경공매 물건이 출회되면 '20~22년 기간 중 급등한 토지 가격 조정은 불가피하고, 2) 저축은행 등 브릿지론 비중이 높은 취약주체는 하반기 중 대손충당금 반영, 신용등급 하락, 유동성 리스크 등에 시달릴 수 있습니다. 저축은행은 브릿지론 외에도 기초자산이 금리에 민감한 수익형 부동산에 집중되어있어 우려스러운 측면이 있습니다.
3. 비주거 상품으로 위기를 맞은 제2금융권
이번 PF 위기의 진원지는 비주거, 비아파트 상품 입니다. 아파트는 과거 수차례 위기를 겪으며 담보 안정성을 입증한 바 있고, 은행과 보험사는 이러한 안정성에 주목하여 수도권 아파트 대단지 본PF 위주로만 참여하여 이번 위기에서 자유롭습니다.
저금리 시절 개발이 진행된 수익형 부동산, 고가 오피스텔은 금리 상승기에 리스크가 확대되었습니다. 현재 국내 PF 사업장에서 비주거 시설의 비중은 64%에 달하는데, 이들은 토지비보다 건축비 비중이 더 높은 관계로 건축비 급증에 큰 타격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본PF 전환이 어려워졌고, 구조조정을 하더라도 전체 사업비 중에서 토지비 비중이 낮아 구조조정의 효과를 보기가 어려운 상황입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저축은행 등 취약주체가 비주택상품에 많이 들어와있습니다. 손실 완충력이 낮을 수 밖에 없죠. 저축은행의 경우 PF 익스포저에서 아파트 비중이 15%, 오피스텔 및 빌라는 27%, 나머지는 모두 수익형 부동산 입니다. 새마을금고 또한 오피스텔 등 기타 주거 비중이 타 업권 대비 2배 이상 높았습니다. 이들 유형은 사업 재구조화가 어려워 사업성 평가 이후 충당금 추가 적립, 사업장 토지 경공매로 인한 손실 확정 등으로 손실폭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계열사 지원 여력이 낮은 저축은행은 유동성 위협을 받을 소지도 있습니다.
캐피탈사는 저축은행 대비 자본력은 있지만 자금조달 방식이 예금모집이 아니라 여전채 발행인 관계로 단기금융시장에 민감합니다. 올해 들어 여전채 금리가 낮아졌으나 PF 리스크 확대로 인해 시장금리가 급등하면 여전채도 무사하지 못할 것입니다. 예기치 못한 이벤트가 발생하면 여전채 시장부터 그 신호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4. 책임준공관리형 신탁(이하 "책준")의 명암
그동안 원가급등 등으로 인한 부담을 떠안았던 시공사의 리스크가 이제는 신탁사로 전이될 수 있습니다. 시공능력이 열위한 시공사들의 신용보강으로 PF 사업을 진행하는 '책임준공관리형 신탁'(이하 "책준")의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는 셈인데, 책준은 신탁사의 신탁계정대 자금 대여가 필요없어 호황기에는 손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사업방식 입니다.
그러나 시공사들이 도산하면서 신탁사가 시공사를 대신해 책임준공을 다 해야하는 사례가 증가하여 신탁계정대 자금 투입이 급증했습니다. 수주는 오히려 감소하고 있는데 말이죠. '24년에 약 9조원 규모의 책준 기한이 도래하는 관계로 올해 책준 신탁의 사업비가 집중되어있습니다. 기초자산의 사업성도 낮아서 아파트는 약 20%, 나머지는 모두 수익형 부동산 입니다. 차입형 신탁은 아파트 비중이 약 70% 입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대부분의 사업장에서 법적 분쟁이 장기화되고 있는데, 금융지주 계열 신탁사는 그나마 자금지원이라도 받을 수 있지만 여건이 안되는 신탁사는 난처한 상황입니다.
지난 10년간 PF 시장의 성장은 중소형 증권사, 시공사, 제2금융권, 책준의 합작품 이었습니다. 그러나 책준 신탁의 리스크가 드러나면서 금융 당국이 책준의 NCR 규제를 차입형 신탁과 동일한 수준으로 강화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차입형 신탁은 신탁사의 신탁계정대 투입이 수반되어 강도 높은 위험관리를 해왔었거든요. 단적인 예로 책준의 경우 모든 시공사가 100위권 밖이었던 반면 차입형 신탁은 100위권 이내가 대부분 입니다.
이러한 분위기로 인하여 향후 PF가 재개되고 시장이 회복되더라도 중소형 증권사, 100위권 밖의 시공사는 먹거리가 많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책준 비중이 낮고 위험관리가 잘된 신탁사가 과실을 가져가겠지요.
5. 천천히 반영될 구조조정 충격
장기간 저금리 시기를 겪은 PF 부실의 규모는 과거 대비 클 수 있으나, 그동안 금융 당국은 여러가지 시장 안정 조치를 통해 유동성을 공급했습니다. '23년까지 주로 채안펀드, 회사채 및 CP 매입 등을 통하여 금융시장에 자금을 공급했다면, 앞으로는 진행 사업장 완공을 위해 시공사에 유동성을 지원하는 흐름 입니다. 최대한 담보물을 완성시켜야 충격의 강도가 줄어듭니다. 따라서 책임 준공을 맡은 시공사가 무너지면 안되기에 P-CBO 발행 등의 지원책을 제시하였습니다.
P-CBO는 신용보증기금이 기업의 회사채, 대출 등에 보증을 제공해 발행하는 유동화 증권으로 조달금리가 낮습니다. 금융 당국은 PF 정상화 방안에서 P-CBO에 건설사 회사채를 추가 편입하여 건설사 P-CBO 편입 한도를 1조원 더 늘릴 계획입니다. 금리도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앞서 언급했던 은행, 보험사의 PF 신디케이트론 펀드 또한 구조조정 과정에서 발생할 손실을 천천히 흡수하며 위기를 지날 수 있도록 돕는 요인입니다. 따라서 신용 경색 가능성은 낮지만, PF 주체가 크게 분산되어 그 후유증이 장기간 다수에게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됩니다.
6. PF 구조조정에 따른 대형 증권사 영향도
이러한 흐름이 대형 증권사에 미칠 영향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추가 충당금 등 비용 발생
2) 시장 재편에 따른 기회 확보
먼저, 'PF 연착륙 방안'에 따른 사업성 평가 결과 발생할 수 있는 대손충당금은 감내 가능한 수준일 것으로 예상됩니다. 지난 2년간 채무보증 등 우발채무에 대해서도 실 차주의 건전성에 따라 충당금을 적립하는 등 선제적 대응을 해왔었기 때문입니다. 대형사 중 PF 부담이 가장 높은 한국투자증권의 경우 1Q24 기준 전체 PF 익스포저 3조원 대비 14% 수준인 4,000억원 이상의 충당금을 적립해둔 상태입니다. 이는 위험도가 높은 브릿지론 기준으로 계산하면 50%를 초과하는 수준 입니다.
한편, 구조조정 과정에서 토지 등의 자산가격 하락은 불가피하므로, 이러한 전망에 따라 NPL 펀드 조성 등 기회를 확보하기 위한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습니다. 한투는 연초 7,000억원 한도의 부동산 PF NPL 펀드 북을 설정하였으며, NH/메리츠는 기관 투자자 대상으로 부동산 PF 사모펀드를 출시 또는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들 증권사는 기존에 NPL 비즈니스를 해본 적이 없어 한켠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잇습니다. NPL 기초자산 가치평가 등 노하우가 필요한 부분이 있거든요. 게다가 기존 NPL 플레이어들도 적극적인 시장 참여를 예고하고 있어 경쟁 과열에 따른 수익성 하락 가능성도 있습니다. 앞으로 증권사들이 계열 대체투자 운용사 역량이나 NPL 인력 확보를 어떻게 해나가는지가 관건 입니다.
7. 결론 : 주택시장을 중심으로 한 PF 재개 예상
지난 5월말 금융 당국은 증권사들의 주택 PF 공급을 제한하던 규제를 일부 완화하는 조치를 발표했습니다. 증권사의 주거용 부동산 대출에 대한 한시적 NCR 완화, 채무보증의 대출 전환 관련 NCR 완화 등이 그 내용이었는데, 증권사들은 신규 취급 국내 주거용 부동산 대출에 한하여 100%로 적용되던 위험 계수를 60% 까지 완화하여 적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규제 때문에 증권사 PF 중 주택 비중은 25% 에 불과했었는데, 앞으로 확대할 여력이 생긴 것입니다. 주택 공급 부족에 선제대응하기 위한 조치라고 보면 되겠습니다.
아무튼, 이러한 규제 완화 조치에 따라 증권사들은 1) 10위 이내 우량 시공사 중심으로, 2) 준공 리스크가 차단된 사업장에서, 3) 선순위 위주 대출로 안정적인 수익을 내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대형 증권사 위주이긴 한데, 기존에 PF 사업에 보수적이던 증권사도 익스포져를 확대하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만 합니다. 키움, 삼성, KB 등 과거 보수적이던 회사들의 시장 참여 확대가 눈에 띕니다.
결론적으로 증권사의 IB 관련 수익은 향후 점진적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됩니다. 저금리 시기였던 '21~22년 수준까지는 무리인데, 이는 1) 기존 PF 사업장의 잠재리스크가 남아있고, 2) 새마을금고, 저축은행 등 과거 주요 자금공급원들의 시장 참여가 불투명하기 때문입니다.
* 참고자료
- 주택시장 전망 : 2014년 데자뷔(삼성증권 이경자, 허재준, 정민기, 홍진현, 박세웅, 24-07-03)
* Disclaimer
- 저는 이 글과 관련한 종목을 언제든지 관련 매매할 수 있습니다. 이 글은 투자를 추천하는 글이 아니며, 보유 종목이 속한 산업의 방향성을 검토하기 위해 작성한 글입니다. 정보 공유 차원에서 공개하지만 그 목적은 어디까지나 단순 정보 제공일 뿐입니다. 누군가 이를 근거로 투자를 했을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일들에 대해 저는 법적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또한, 이 글의 내용은 부정확한 내용과 오류를 포함하고 있을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투자는 본인의 독립적인 리서치, 판단, 의사결정 등에 따라 이루어져야 하며, 투자의 책임은 전적으로 투자자 본인에게 귀속된다는 점을 기억해주시기 바랍니다.
유료로 읽어야 할 칼럼같은 글입니다.
ReplyDelete제가 직접 쓴 글이면 좋겠습니다만, 이 글은 참고자료에 있는 삼성증권 리포트를 읽고 필요한 부분들을 정리한 글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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