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켈 산업 | 스테인리스강 & 배터리 핵심 원자재 공급망 분석

| 들어가며

니켈은 스테인리스강, 전기차용 배터리 핵심 원료 입니다. 양극재 투입 니켈 비중이 높아지면서 수요가 급증하여 주요 비철금속으로 대접받고 있습니다. 전기차가 한창 주목 받던 '22년에 상당한 폭의 가격 변동성을 보였죠. 그래서 스테인리스강을 원재료로 이용하는 업계에도 그 여파가 미쳤었는데, '23년 이후 가격 하락으로 문제는 어느 정도 해결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여전히 '21년 이전에 비하면 높은 가격대에 있고 '22년 만큼은 아니지만 간헐적으로 높은 가격 변동성을 보이고 있어 지속적인 관심을 요하고 있습니다. '22년 한국무역협회 김경훈 연구위원님의 자료를 정리했던 것을 살짝 업데이트 합니다. 

니켈선철(NPI)

| Contents

1. 니켈 제품의 종류 및 특징

2. 글로벌 니켈 시장 현황

3. 국내 시장 현황

4. 니켈 공급망 주요 이슈

 

1. 니켈 제품의 종류 및 특징

니켈은 전성, 연성이 우수하고 높은 내식성을 가지며 고온 및 저온 강도 또한 우수하여 다양한 산업에 활용됩니다. 지각 내 약 80ppm 농도로 존재하여 구리, 아연, 납 등 다른 비철금속에 비해 풍부(참고 : 구리 50ppm, 아연 75ppm, 납 14ppm, 코발트 20ppm)하지만, 순수한 형태로 분리해내는 게 기술적으로 까다롭습니다. 그래서 경제성 있는 광산을 발견해도 양산까지 10여년 가량의 기간과 대규모 투자가 필요합니다. 이러한 특성은 가격대를 높이는 기반이 되고 있어 니켈은 상업적으로 값비싼 금속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니켈은 합금, 도금, 특수강 등 다양한 용도로 사용되나 생산량의 약 70%는 스테인리스강 제조에 사용됩니다. 배터리 제조에 사용되는 니켈 비중은 '19년 4%에서 '21년 13%까지 급증하는데,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이차전지 외에도 수소연료전지의 전극, 청정에너지 부문에서도 필수 원료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니켈 광석은 황화광(Sulfide), 산화광(Laterite)로 분류하며, 4:6 비율로 존재합니다.

 1) 황화광

니켈 함량이 산화광보다 높으며, 러시아, 캐나다, 호주, 중국 간쑤성 등이 대표산지 입니다. 경제성 있는 광산은 주로 극지방에 있는데, 새로운 광산 개발이 더뎌지는 추세입니다.

 2) 산화광

전 세계 니켈 공급 증가분의 대부분을 차지하며 인도네시아, 필리핀, 뉴칼레도니아 등 열대지역에 분포하고 있습니다. 산화광은 리모나이트(Limonite)와 사프로라이트(Saprolite)로 다시 분류합니다. 산화광은 정제 과정에서 코발트를 부산물로 얻을 수 있습니다.

  2-1) 리모나이트

산화광 상부에 위치하고 있으며, 니켈 함유량은 1.3% 이하 입니다. 고압산침출법(HPAL : High-Pressure Acid Leaching) 등 습식제련을 통해 순도 높은 니켈 화합물로 가공할 수 있습니다.

  2-2) 사프로라이트

산화광 하부에 위치하고 있으며, 니켈 함유량은 1.8% 이상 입니다. 전기로를 이용한 건식제련으로 페로니켈(FeNi)로 가공하거나 고로를 이용해 니켈선철(NPI : Nickel Pig Iron)의 생산 원료로 투입할 수 있습니다.


니켈 최종제품순도에 따라 class1(순도 99.8% 이상), class2(순도 99.8% 미만)으로 구분합니다.

 1) class1에 속하는 제품

형태에 따라 캐소드, 브리켓, 펠릿, 파우더 등이 있으며, 배터리 양극재 생산에 사용됩니다. 양극재에는 최종제품 외에도 니켈 매트, MHP, MSP, 조황산니켈 등의 중간제품을 사용할 수 있으나, 순도가 낮아 별도 정제가 필요합니다. class1 제품은 대부분 황화광을 원재료로 한 건식제련법을 통해 생산했으나, 산화광 개발 확대에 따라 HPAL 방식 생산 비중이 증가하는 추세 입니다.

 2) class2에 속하는 품목

페로니켈(FeNi), 니켈선철(NPI) 등이 있으며, 철 함량이 높고 제조비용도 저렴해 스테인리스강 생산 원재료로 사용됩니다. 참고로 스테인리스강은 200계, 300계, 400계로 나눌 수 있는데요. 각각의 특징은 다음과 같습니다.

  2-1) 200계는 니켈 함량을 1~3.5%로 낮추고 망간, 질소를 추가한 강종으로 내식성이 떨어져 사용처는 제한적

  2-2) 300계는 니켈 7~20% 포함하며 전체 스테인리스 수요의 약 60% 차지

  2-3) 400계(페라이트계, 마르텐사이트계)는 주합금원소가 크롬(12~18%)으로 니켈을 거의 포함하지 않으며, Ti, Nb, Mo 등 합금성분을 추가하여 특수용도로 사용


니켈 중간제품은 니켈 함유량에 따라 니켈 매트(55~75%), 수산화물/황화물(MHP/MSP, 니켈 34~55%, 코발트 1~4.5%) 등으로 분류하며, 정제 과정을 통해 고순도 제품으로 가공합니다.

 1) 니켈 매트

주로 황화광을 원재료로 건식제련법을 통해 생산하며, 최근에는 산화광(사프로라이트)를 이용한 NPI 공정으로도 생산합니다.

 2) MSP(Mixed Sulphide Precipitate : 니켈코발트황화물), MHP(Mixed Hydroxide Precipitate : 니켈코발트수산화물)

산화광을 HPAL으로 처리해 생산하는 중간제품으로 class1 보다 순도가 낮고 저렴하며, 가공을 거쳐 황산니켈 등으로 전환할 수 있습니다. MSP는 생산과정에 유독가스인 황화수소를 사용하여 다소 위험하지만, MHP는 상대적으로 안전하고 class1 브리켓, 파우더 등과 공정 호환성이 높은 반면 가격은 저렴하여 생산이 확대되는 추세 입니다.

리튬이온 배터리 제조 시 니켈은 전구체 핵심원료 중 하나로, 황산니켈 육수화물(NiSO46H2O, 니켈 22.3%) 형태로 사용됩니다.


2. 글로벌 니켈 시장 현황

2000년대 이후 니켈 가격은 높은 변동성을 보였습니다. 

'00~11년에는 중국발 투자 확대에 따른 스테인리스강 수요 급증으로 '07년 톤당 5만달러까지 급등한 반면, '12~17년에는 중국과 유럽의 경기 둔화, NPI 대량생산 등으로 니켈 산업 침체기가 도래합니다. 이 시기에 중국 칭산 사는 산화광을 이용한 NPI를 개발, 스테인리스강 생산에서 사용되는 class1 제품을 대체하는데 성공합니다. 

스테인리스강 생산에 class2 제품(NPI)을 사용하는 방법이 널리 퍼지면서 니켈 가격은 톤당 1만달러 수준으로 하락합니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class2 제품으로 수요가 몰리면서 class1 제품의 재고는 급증하고, 가격도 하락하게 되는데요. 이러한 흐름에 따라 황화광 신규 프로젝트는 오랫동안 위축됩니다. 그 반면 산화광은 대규모 개발이 진행되는데, 특히 중국은 NPI 생산을 위해 산화광이 풍부한 인도네시아에 대규모 투자를 하여 인도네시아가 세계 1위 니켈 생산국으로 부상하는데 기여합니다.

'18년 이후에는 전기차 시장이 급성장하여 니켈 수요가 급증한 반면 공급은 부족하여 가격 상승이 지속되었습니다. 과거 10여년간 class2 중심으로 생산이 확대되었기 때문에 class1 수요에 대응하는 게 불가능해진 것이죠. 그래서 class1 재고는 지속적으로 감소합니다. 그러던 중, '21년 3월 중국 칭산사가 NPI 공정을 전환하여 중간제품인 니켈 매트를 생산, 배터리 양극재 공정에 투입합니다. 과거 NPI가 담당했던 역할을 니켈 매트가 수행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반영되어 니켈 가격은 일시에 폭락하는데요. 그 이후 러-우 전쟁 발발에 따라 공급 차질 우려가 반영되면서 다시 가격이 급등합니다.

'23년 이후에는 전기차(배터리) 수요 감소, 기존 생산설비의 가동 확대, 인도네시아 대규모 투자 등의 영향으로 니켈 가격은 하방 압력이 보다 강한 상황입니다만, 중간 중간 높은 변동성을 보이고 있습니다.


니켈 가격과 관련해서는 앞서 언급한 중국 칭산 사의 마진콜 이야기가 유명하지요. 칭산은 세계 최대 스테인리스강 제조사이며, '00년대 NPI 개발, '21년 NPI-to-Matte(니켈매트) 공정 전환 등으로 니켈 시장을 선도한 바 있습니다. 

칭산은 자사가 개발한 저품위 니켈 정제 기술로 니켈 가격이 장기간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 '21년 LME에서 약 30만톤 규모의 니켈 선물을 매도합니다. 실제로 칭산의 기술이 보급되면서 니켈 가격이 하락했으니 해볼만한 베팅이었으나, 러-우 전쟁이 발발하면서 갑자기 가격이 급등합니다. 이에 칭산이 다급하게 숏커버링에 나서면서 니켈 선물 가격이 폭등하고, 결국 마진콜을 당합니다.

칭산의 파산 가능성, 투기양상 등을 고려하여 LME는 해당 거래를 취소하고 거래정지 조치를 발표하는데요. 숏커버링을 위한 매수 계약은 취소되었지만 매도 원 계약은 그대로 남아있죠. 칭산은 이를 이행하기 위해 중국 정부 협조로 니켈 현물을 일부 조달하고, 해결되지 않는 부분은 채권단과 분쟁 중지 협정(standstill agreement)을 체결하여 파산을 모면합니다. 공매도로 한 몫 챙겨보려다가 그야말로 망할 뻔한 사례 입니다.

'21년 기준으로 전세계 니켈 수요는 약 2.86MtNi (YoY 17% 증가) 이었습니다. 과거 전기차 시장 분위기가 한창 좋을 때는 니켈 수요가 매년 YoY 10~15% 수준으로 증가할 것이라는 낙관이 있었지만, 니켈 가격의 흐름을 보면 예상에 미치지 못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수요 전망에 대해서는 자료마다 단위가 다르거나 기준이 달라서 정확한 비교를 하긴 어렵군요. 

공급 측면을 살펴보면, 니켈은 비교적 여러 지역에 고르게 분포하고 있으며 주요 생산국은 인도네시아, 필리핀, 러시아 입니다. 경제적 채굴 가능 매장량 기준으로는 호주, 인도네시아가 각각 22%, 브라질 16.8%, 러시아 7.9%를 차지하고 있으며, '21년 생산량은 인도네시아 1,000ktNi(37%), 필리핀 370ktNi(13.7%), 러시아 250ktNi(9.3%), 뉴칼레도니아 190ktNi(7.0%) 입니다. 인도네시아는 자국 부가가치 제고를 위해 니켈 원광 수출을 금지하는 방법으로 해외투자를 유도했는데, 대부분 중국 자본에 의해 광산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한 때 class2 제품은 공급 과잉이 예상되지만 배터리용 고순도 니켈 수급은 타이트할 것이라는 전망이 대세였습니다. 그러나 전기차 수요가 꺾이면서 이 또한 현실화되진 않은 것으로 추정됩니다.


참고로 인도네시아의 광산 프로젝트는 대부분 산화광에서 고순도 니켈을 생산하는 HPAL 공정을 채택하고 있는데요. HPAL은 초기 투자비용이 매우 크고 설계생산능력 도달에 많은 시간 소요되며 고장도 잦습니다. 그러나 노천에서 채굴되는 산화광을 원료로 하여 채굴 비용과 운영비가 저렴하고, 부산물로 코발트 회수도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지요.

고순도 니켈 공급의 또다른 경로는 NPI 생산라인을 니켈 매트 생산으로 전환하는 방법 입니다. 인도네시아 NPI 생산 능력이 급증한 관계로 수요 초과 물량은 니켈 매트로 전환, 황산니켈 생산에 투입되고 있습니다. 또한, MHP를 황산니켈 원료로 사용되는 비중도 높아지고 있어('20년 24%에서 '30년 42% 이상으로 증가 예상) 생산라인을 갖춘 인도네시아의 MHP 생산량은 '22년 70ktNi에서 '23년 150ktNi로 증가할 예정입니다. 


3. 국내 시장 현황

원광 및 전광은 전량 수입하고 있으며, 대부분 뉴칼레도니아로부터 수입했습니다. 포스코, 뉴칼레도니아 SMSP 합작 법인 SNNC는 포스코의 현지 자회사 NMC로부터 니켈 광석을 매년 약 300만톤을 수입했었는데, 현지에서 안좋은 소식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사업 파트너 SMSP는 글렌코어와 함께 투자한 코니암보 니켈 광산에서 글렌코어가 발을 빼기로 하여 곤경에 처한 상태이고, 뉴칼레도니아 국가적으로도 '24년 5월 현지에서 대규모 소요 사태가 발생하여 니켈 채굴에 어려움이 생겼습니다. 니켈 시황이 안좋아서 SNNC는 '22년 이후 손실을 기록, 1Q24 기준으로 부분 자본잠식 상태에 빠져있습니다. 안팎으로 힘든 시기 입니다.

니켈괴의 경우 브리켓, 캐소드(class1), 유틸리티니켈(class2) 등을 일부 국내에서 생산하나 대부분은 수입하고 있습니다. 코리아니켈이 연산 5만톤 규모 유틸리티니켈(순도 97~98%) 생산시설을 운영하고 있으며, 국내 수요가 많은 브리켓 형태는 대부분 호주, 핀란드, 캐나다 등 해외로부터 수입하고 있습니다.

페로니켈은 SNNC가 생산하여 포스코에 스테인리스강 원료로 공급하고 있습니다. 연간 5만톤 상당의 생산설비를 운영하고 있으며, '22년 10월경 연간 2만톤 규모 이차전지 양극재용 고순도 니켈매트 공장을 착공하여 2Q24 준공을 앞두고 있습니다.

황산니켈은 '19년부터 무역흑자 기록 중이며 주로 일본과 중국에 수출하고 있습니다. 켐코(고려아연 자회사)가 니켈 브리켓(class1), KG에너켐이 MHP, 토리컴(LS MnM 자회사)이 조황산니켈(동제련 부산물) 원료로 황산니켈을 생산하고 있으며, 켐코는 연간 생산량 10만톤까지 확대할 계획에 있습니다. 황산니켈 생산량은 증가하고 있으나 국내 전구체 생산이 위축되면서 수출 외에는 판로를 찾기가 어려운 상황입니다.

전구체국내 수요의 약 79%를 수입하고 있는데, 그 중 90% 이상을 중국으로부터 수입하고 있습니다. 양극재는 국내기업이 전세계 생산량의 약 20%를 차지하고 있으며, 양극재에서 '21년 기준 무역수지 흑자 약 33억 달러를 기록하고 있으나 전구체에서는 25억 달러 적자를 보고 있습니다. 국내에 생산기업이 있고 화유코발트(중국)도 국내 투자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참고로 양극재 원가에서 전구체 비중은 약 60%에 달합니다.


4. 니켈 공급망 주요 이슈

EU는 '24년 7월부터 역내 판매 배터리의 탄소발자국 신고 의무화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단계적으로 ESG 기준을 충족하는 제품만 역내에 유통할 수 있도록 규제를 적용할 예정이라 향후에는 이러한 규제 기준을 충족하면서 충분한 양의 니켈을 생산하는 게 주요 이슈가 될 것입니다.

배터리는 전기차 탄소발자국의 31% 차지하고 있는데, 배터리 CO2 배출량 중 80%가 원료 및 소재 단계에서 발생합니다. 배터리에서 배출되는 대당 CO2 5.3톤 중 양극재 금속 원료의 비중은 44% 이며, 그 중에서도 니켈은 18%를 차지하여 단일 원재료 중 가장 큰 비중을 보이고 있습니다.

니켈은 원료 생산 지역 및 공정, 사용 에너지원, 운송 거리 등에 따라 탄소배출량이 크게 차이나는데, HPAL 설비는 석탄 발전으로 가동되고 황산을 외부에서 조달합니다. 이 과정에서 황화광 공정에 비해 최대 3배 많은 온실가스 배출(약 45kg CO2/kgNi)하게 되지요. NPI-to-Matte 공정 또한 에너지 집약적이라서 황화광의 4배 이상, 약 60kg CO2/kgNi의 온실가스를 배출합니다. 

뿐만 아니라 산화광 습식제련은 폐기물 대량 발생, 잔류물 침식에 따른 수질 및 토양오염, 삼림 파괴, 생태계 교란 등 수많은 문제점이 있어 향후 산업 생태계 전반의 체질 개선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 참고자료

  - 핵심 원자재의 글로벌 공급망 분석 : 니켈 (한국무역협회, 김경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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