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경제 | 숨겨진 부채, 지방정부융자기구(LGFV) 이야기

Summary

ㅁ LGFV는 중국 지방정부 공공사업 자금 조달 수단

 ㅇ 지방정부 부채로 잡히지 않아 불투명함

ㅁ '23년말 기준 지방정부 부채는 40.7조 위안(7,733조원)

 ㅇ LGFV 부채는 60.4조 위안(1경 1,476조원, IMF추정치)

ㅁ LGFV의 공공사업은 수익성이 떨어져 부채 상환이 사실상 불가능

ㅁ '29년까지 만기 도래하는 LGFV 채권은 최소 12조 위안(2,300조원)

 ㅇ '24년 5월 중국 외환보유고는 3.2조 달러(4,400조원)으로 여유 있는 편

ㅁ 정부도 상황을 인지하고 연착륙을 시도하고 있으나 여의치 않음

 ㅇ 미 트럼프 2기 정권의 무역 규제까지 겹치면 난처해질듯

 ㅇ 이 경우 우리나라도 피해가 불가피함



중국 지방정부의 숨겨진 부채, LGFV 이야기


| 들어가며

미국 트럼프 2기 정권의 대중국 무역 규제 기조를 보니까 중국 경제의 기초체력을 확인할 필요가 있는 것 같습니다. 중국 경제가 잘 버텨야 우리나라도 소란 없이 지나갈 수 있으니까요. 우리나라가 대중국 무역 의존도를 낮추긴 했지만 여전히 그 비중이 적지 않습니다. 중국은 과거부터 그림자금융, 지방정부의 부외부채 등 이슈가 경제위기의 뇌관으로 지목되었죠. 이 중 지방정부 부채에 대한 이야기가 한국은행 보고서에서 다루어져 정리해봅니다.

Dall-E가 그린 중국 지방정부 과잉부채 이미지


| Contents

1. 중국의 지방정부융자기구(이하 LGFV : Local Government Financial Vehicle)

2. LGFV 부채 증가 배경과 리스크

3. 중국 정부의 대응 및 위기 가능성

4. 중국 경제 주체별 레버리지 비율

5. 미국의 대중국 무역 규제가 가져올 여파


1. 중국의 지방정부융자기구(LGFV)

지방정부 부외부채의 출발점은 LGFV 입니다. LGFV는 지방정부가 직/간접적으로 출자하여 설립한 법인으로, 지방정부의 부동산 등을 담보로 금융권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역할을 담당합니다. LGFV가 자금을 조달하면 지방정부는 공공사업 성격의 도시 인프라 건설 사업을 벌이는 구조 입니다. '15년부터 LGFV의 부채는 지방정부의 대차대조표에 반영되지 않고 있으며, 그 대신(?) LGFV의 사업범위는 공공사업으로 제한되어있습니다.

'23년말 기준 지방정부 부채는 40.7조 위안이며, 같은 시점 LGFV의 부채는 60.4조 위안(IMF 추정치) 입니다. 합산하면 101조 위안에 달합니다. 190원/위안 환율 적용 시 '23년말 중국 지방정부 부채는 7,733조원, LGFV 부채는 1경 1,476조원, 합산 부채는 1경 9,209조원 입니다. 금액도 어마어마하지만 LGFV의 부채 증가율은 지방정부의 2배를 초과합니다. '15년 대비 5배 가량 늘었으니 우려스럽습니다.


다만, 부채 형태를 채권으로 한정지었을 때 채권잔액은 '20년 이후 11~12조 위안(약 2,200조원)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습니다. LGFV의 채권 만기도래액은 '29년까지 최소 12조 위안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22~23년 기간 중 채권발행 물량의 54.5%는 건설업종이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WIND는 중국 금융경제정보시스템을 의미함

2. LGFV 부채 증가 배경과 리스크

'00년 이후 도시화 추진을 위해 지방정부들은 경쟁적으로 인프라 투자에 나섰고, '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제성장을 위한 경기부양 차원에서 LGFV를 통한 자금조달을 확대했습니다. 지방정부는 토지판매, 복권발행 등의 수입을 인프라 투자에 사용하는데, 이 중에서도 토지판매수입이 큰 비중을 차지했습니다. 그런데 토지판매수입이 지속적으로 감소하면서 그 비중 또한 '20년 90% 수준에서 '23년 57%로 감소했습니다. 버는 돈이 없으니 LGFV를 통한 자금 조달을 더욱 확대해온 셈이죠.

중국정부도 LGFV 부채억제를 위해 지방채 발행 확대, 지방정부 부채의 중앙정부 이전 등 양성화 프로젝트를 실행했으며, 금융당국을 통해 금융기관의 LGFV 대상 자금제공을 규제하는 등 조치를 취했으나 실효성이 낮았습니다.

게다가 LGFV 부채의 투명성 제고에는 근본적 한계가 있었습니다. 1) LGFV의 부채가 투명하게 드러나면 추가 대출 기회가 제한된다는 점, 2) 지방정부가 중앙정부에 부채규모를 축소 보고하고자 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 3) 중앙정부도 외부에 지방정부의 부채규모를 확대하여 공개하고 싶어하지 않는다는 점 때문에 결과적으로 정부도 LGFV 부채의 모호함을 선호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러나 LGFV의 사업구조는 단기로 조달한 자금을 조달금리보다 낮은 수익률의 사업으로 운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지속 가능하지 않습니다. 수익을 창출하여 부채를 상환하는 것은 구조적으로 불가능합니다. 만약 LGFV가 은행 대출을 상환하지 못한다면 담보물 매각을 통한 대출금 회수 과정이 오히려 부동산 담보가치 하락을 촉발하게 될 것이고, 그럴 경우 은행권 건전성마저 악화될 수 있습니다.

LGFV의 과다 채무는 지방정부의 재정건전성과 재정여력 확충 양쪽 모두에 큰 부담이 되고 있습니다.


3. 중국 정부의 대응 및 위기 가능성

정부는 LGFV 부채상환 기한연장, 특별국채 발행 등의 대응조치를 취하고 있으며, 일부 지방의 경우 지방정부가 LGFV 채무를 더 이상 보증할 수 없도록 하는 등 규제를 발표했습니다. 또한, 중앙정부는 부채위험이 큰 텐진, 충칭 등 12개 지역에 대해 신규 건설 프로젝트를 착수하지 말도록 "요청"했으며, 인민은행도 연기금 등에 LGFV 채권매입 축소 "권고", 부채 과다 일부 지방에 대한 저리 긴급유동성 지원 등의 조치를 취했습니다.

중국 정부의 대응은 아직 온건한 수준인 것으로 보이는데, 그 이유는 LGFV의 부채가 전체 금융시스템 위기로 번질 정도의 규모는 아니라는 점, 그리고 강력한 조치를 취할 경우 오히려 시장의 혼란이 확대되면서 위기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점 때문인 것으로 추정됩니다. 중국의 외환보유고는 '24년 5월 기준 3.2조달러(약 4,400조원, 환율 1,380원 적용 시)으로 '29년까지 만기도래하는 LGFV 채권액 약 12조 위안(약 2,300조원)의 약 2배에 달합니다. 또한, 중국의 GDP 대비 저축률은 '22년말 기준 46% 수준으로 높은 편이기 때문에 연착륙 시킬 여건이 된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정부가 시중은행에 대하여 LGFV 관련 충당금을 더 쌓도록 지도할 것으로 보여 은행권의 수익성 악화, 일부 과다부채 중소형 은행의 신용리스크 발생 등의 이슈는 발생 가능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4. 중국 경제 주체별 레버리지 비율

중국 경제 전체의 매크로 레버리지 비율(명목GDP 대비)은 2Q95 94% 에서 1Q24 295%로 증가했습니다. 그동안 경제성장의 원동력이 차입을 통한 고정투자 확대를 중심으로 했었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런데 이를 경제 주체별로 나누어 레버리지 비율을 확인해보면 수치가 그렇게 높지 않습니다. 

 1) 가계 : 60% 초반 수준

 2) 정부 : 50% 후반 수준

 3) 기업 : 170% 수준


다만, 중국은 코로나 이후 타 국가와는 달리 레버리지가 하락하지 않았다는 점, 기업대출의 46%('22년 기준)가 인프라/부동산에 몰려있다는 점이 우려스럽습니다. 건설/부동산 업종은 '23년 이후 디폴트율이 10%를 상회하는 등 상태가 안좋습니다. 이러한 문제점들을 감안하여 정부에서도 대응을 하고는 있으나 시원한 해결책은 없어보입니다. 그래서 광범위하지만 미지근한 대응으로 연착륙을 시도하고 있는 모습이며, 부동산 과잉 공급 수준이 심각하다 보니 사태가 진정되기 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5. 미국의 대중국 무역 규제가 가져올 여파

이상 살펴본 중국의 경제 상황을 감안할 때 정책적 운신의 폭은 좁아보입니다. 무역 규제에 따른 타격을 경기부양으로 커버하거나 미국을 대체할 수 있는 또 다른 시장을 찾아야할텐데요. 아마도 중국은 가용 가능한 경기부양책와 함께 러시아와의 교역량을 최대한 확대할 것이고, 그 다음은 유럽을 공략하고자 할 것입니다. 그러나 유럽도 중국을 경계하고 있어 그것도 쉬워보이진 않습니다.

중국의 공장 가동률이 떨어지면 우리나라도 같이 고생하는 산업군이 적지 않습니다. 보리고개가 한 걸음 더 앞으로 다가온 것 같군요. 앞으로 2~3년 내에 벌어질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 시기를 버티고 생존한 국내 기업은 여러 국가로 다변화된 수출 구조를 가지게 될 것입니다. 화장품 산업이 힘든 환경 속에서 더욱 강해졌듯이 전체 산업이 경쟁력을 가지는 계기가 되면 좋겠습니다. 


* 참고자료

 - 2024년 하반기 중국경제 전망 및 주요 이슈 (한국은행 신동주, 오석은, 김승주, 24-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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