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와이피엔에프 | 주가 급락, 왜? 발틱 프로젝트와 러시아 제재 이야기

Summary

ㅁ 러시아 발틱 프로젝트 수주금액 1,900억원(동사 수주잔고 5,700억원)

 ㅇ '22년 1월 수주한 뒤 러우 전쟁으로 2번 연기

 ㅇ 현재 계약종료일은 25-06-15, 1Q24 기준 공정률 약 11%

ㅁ 이 와중에 '24년 6월 미국은 제재대상자 추가 발표

 ㅇ 러시아 거래소가 제재대상에 포함되어 장내 달러화, 유로화 거래 불가

   - 장외거래는 가능하여 번거로울 뿐 거래 원천불가는 아닌듯

 ㅇ 러시아 Obsky LNG, Arctic LNG1 및 LNG3 제재대상자 지정됨

 ㅇ 미국은 24-11-01 까지 관련 거래를 털어내라는 의미에서 한시적 거래 승인 중

ㅁ 24-07-16 기준 주가 15,270원(시총 1,636억원)은 발틱 프로젝트 계약불이행을 반영한 주가



투자자의 야성을 자극하는 발틱 프로젝트


| 들어가며

디와이피엔에프의 주가 단기 급락으로 패닉에 빠진 분들이 저 포함해서 꽤 있는 것 같습니다. 급락의 이유는 1) 러시아 추가 제재로 인한 발틱 프로젝트 문제, 2) 신규수주 공백, 3) 기존수주 다수 지연 으로 나누어볼 수 있습니다. 이 중에서 가장 큰 덩어리는 1)에 해당하는 부분이죠. 물린 김에 넋두리 삼아 1)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볼까 합니다.

발틱프로젝트가 진행 중인 우스트-루가. 상트 페테르부르크 인근에 위치


| Contents

1. 디와이피엔에프의 러시아 발틱 프로젝트 현황

2. 미국의 제재대상자 추가

3. 발틱 프로젝트의 불확실성을 반영한 밸류에이션

4. 결론 : 저렴해진 밸류에이션, 기회인가?

1. 디와이피엔에프의 러시아 발틱 프로젝트 현황

동사가 이 프로젝트를 수주한 것은 '22년 1월 이었습니다. 벌써 2년도 넘게 시간이 지났군요. 디와이피엔에프는 PCS(Pneumatic Conveying System)를 만드는 회사로 글로벌 3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1위는 코페리온, 2위는 독일의 제플린 입니다. PCS는 주로 석유화학, 이차전지 소재 회사 등에서 이용하는 유체 또는 분체 이송 시스템 입니다. 2위 제플린 사는 러시아 수주를 잘하는 회사여서 1,900억원 짜리 발틱 프로젝트를 가져갈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지만, 동사가 수주하게 됩니다.

발틱 프로젝트는 러시아의 우스트-루가 지역의 천연가스 기반 화학 공단을 만드는 것으로, 단일 단지로는 규모가 세계 최대 수준이라고 합니다. 규모가 크다 보니 삼성E&A가 에탄 크래커를 수주하고, DL이엔씨도 기본설계와 기자재 조달을 담당하며 본 프로젝트에 참여합니다. 역할을 놓고 보면 동사는 DL이엔씨로부터 수주를 받았을 것 같지만, 프로젝트의 시공사 역할을 맡은 중국 건설사 CC7로부터 수주를 받았습니다.

사진 : 중국 CC7 로고, PR Newswire

그동안 동사는 글로벌 수주를 받을 때 국내업체를 통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발틱 프로젝트 수준 이후 중국 석유화학업체 완후아, 미국 쉐브론으로부터 직접 수주를 받습니다. 금액은 200억원 미만 수준으로 상대적으로 작지만 수익성은 직접 수주가 좋기 때문에 미래를 기대할만한 이벤트 였습니다.

그런데 '22년 2월 러우 전쟁이 발발하면서 일이 꼬이기 시작합니다. 문제는 미국의 러시아 제재 때문이었는데, 여러가지 사안이 복잡하게 엮여들어 프로젝트 진행도 더뎌지고 불확실성이 커진 것입니다. '23년 막바지에 이르러 UN으로부터 수출 승인을 받아 작업이 시작되었는데, 수많은 투자자들이 속도감 있는 작업을 기대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계약종료일자는 계속 늘어졌습니다. '23년 1월에 계약종료시점이 23-12-19에서 25-02-28로 미루어졌고, '23년 12월에 25-02-28 에서 25-06-15로 재차 미루어집니다. 그러던 중 이번에는 '24년 6월 들어 미국은 2차 제재대상자를 대폭 확대하는 조치를 발표합니다.

사진 : "이·팔전쟁 영향 없어…러시아 발틱 악몽 재현은 경계", 23-10-23 더벨 기사


2. 미국의 제재대상자 추가

24-06-12 미국 재무부 산하 OFAC(Office of Foreign Assets Control), 상무부 산하 BIS(Bureau of Industry and Security)는 금융서비스와 중국의 조달 네트워크를 겨냥한 제재안을 발표합니다. 이번 제재의 1차 목표가 에너지는 아닙니다. 그러나 제재 대상 기관에는 모스크바 거래소(MOEX; Moscow Exchange), 국립청산센터(NCC; National Clearing Centre) 등이 포함되어있어 유로화 거래에 제약이 생기므로 에너지 산업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발틱 프로젝트는 처음부터 유로화 결제로 계약을 체결해서 달러 결제시스템에서는 벗어나있었지만, 러시아 자국 내 유로 거래도 공식적으로는 불가능해진 것입니다. 물론, 장외거래는 가능하므로 이 자체로 계약대금 결제에 불가능해지는 것은 아니지만, 불확실성이 하나씩 쌓여가니 투자자들의 인내심도 바닥을 드러낼만 합니다.

사진 : 러시아 제재 기사, 연합뉴스 최인영 기자

뿐만 아니라 OFAC는 Obsky LNG, Arctic LNG1/LNG3을 제재대상자로 지정하여 간담을 서늘하게 했습니다. 몸통인 가즈프롬이나 노바텍 그 자체를 제재대상자로 지정하는 게 아니라 이렇게 프로젝트 단위 또는 천연가스 관련 장비를 제재하는 방식을 사용하는군요. 동사로서는 남 얘기 같지가 않을 것입니다.

OFAC는 이번에 제재대상자로 지정된 기관과 관련한 특정 거래를 한시적으로 허용하는 일반허가(GL; General License)를 종류별로 발급했는데, 주목할 부분은 주요 금융기관과의 에너지 관련 특정거래를 24-11-01까지 허용하는 GL 8J 입니다.

사진 : GL 8J 내용, 미 재무부

문제는 24-11-01 이후에는 동사가 공정을 진행하고 대금을 받는 등 거래를 지속하면 무슨 일이 생길지 알 수가 없다는 겁니다. 2차 제재의 대상은 非미국 금융기관이지만, 동사가 미국으로부터 제재대상자로 찍히면 금융기관은 동사와 거래를 할 수 없게(안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어떻게 될 지 알 수 없지만 이런 가능성이 있다는 것 자체가 문제입니다.

발주처가 BCC(Baltic Chemical Complex)가 아니라 중국업체 CC7 이라는 점도 판단을 어렵게 하는 부분이죠. 디와이피엔에프는 중국업체와 거래하는 것인데 그래도 러시아 제재 대상에 해당되나요? 라고 물어본다면 명쾌하게 대답하기가 어렵습니다.

3. 발틱 프로젝트의 불확실성을 반영한 밸류에이션

이제 현재 주가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계산해볼 차례입니다. 올해 매출에서 발틱 프로젝트를 일정 비율만큼 덜어내는 방식으로 추정해볼 수 있겠죠. 계산의 출발점은 '24년 5월 대신증권 리포트("1분기는 쉬어갈 예정", 24-05-13, 박장욱)의 추정치로 하고, 기납품액 증감액은 매출액에 그대로 반영된다고 가정하겠습니다. 

대신증권은 동사의 목표주가를 28,000원(시총 3,000억원)으로 제시하며 매출액은 약 2,800억원, 영업이익은 약 330억원으로 예상했습니다.

발틱 프로젝트의 정확한 수주금액은 1,953억원이며, '23년 공정이 시작되어 '23년 기간 중 기납품액은 133억원 이었습니다. 따라서 올해초 관련 수주잔고는 1,820억원(=1,953-133) 입니다. 1Q24에는 추가로 86억원의 납품액이 발생하여 누적 기납품액은 219억원, 수주잔고는 1,734억원이 되었습니다. 발틱 프로젝트 수주금액의 매출액 반영치를 연도별로 쪼개서 볼 수도 있겠죠. 정리하면 다음 표와 같습니다.


이제 추정 케이스를 설정해보겠습니다.('25년 실적은 대신증권 추정치가 '24년에서 '25년으로 넘어갈 때 적용한 성장률을 그대로 반영했습니다.)

case1 발틱 프로젝트 계약불이행을 가정하여 대신증권 매출 추정치에서 Y24 납품액 중 9개월 분을 차감. 왜냐하면 '24년 3월말까지 공정이 진행되어 12개월치 중 3개월 분은 이미 매출에 반영되어있기 때문

case2 계약 지연을 가정하여 대신증권 매출 추정치에서 Y24 납품액의 50% 차감

case3 GL 8J 내용에 따라 '24년 10월까지는 정상적으로 공정이 진행될 것으로 가정. 이에 따라 대신증권 매출 추정치에서 Y24 납품액의 17%(=2/12) 차감

대신증권은 영업이익을 계산할 떄 1Q24 연결재무제표 기준 OPM을 적용하였는데, 다소 낙관적인 것 같아 여기서 20%를 차감했습니다. 다만 POR은 9배 정도면 합리적이므로 그대로 적용했습니다. 계산 결과는 다음과 같습니다.

'24년 OPM 9.4% 기준에서 가장 극단적인 가정을 반영한 case1 주가는 15,130원(시총 1,621억원)이 나옵니다. 물론 수익성이 이보다 더 훼손된다면(또는 그러한 기대가 시장에 투영된다면) 주가는 더 내려갈 수도 있을 것입니다. '23년 OPM은 6% 내외 였으므로 올해도 그렇게 되지 말란 법은 없습니다만, 1Q24 실적이 준수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너무 가혹한 가정도 비합리적인 것 같습니다.


4. 결론 : 저렴해진 밸류에이션, 기회인가?

디와이피엔에프의 주가 급락을 바라보면 기회라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현 주가는 발틱 프로젝트가 파토 난 상황을 대부분 반영하고 있어 막상 2Q24 실적이 나오면 주가가 반등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러나 미국 제재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에 용기를 내기가 어렵습니다. 만약 동사가 미국의 제재대상자에 추가된다면 수주잔고에서 미국과 조금이라도 관련이 있는 것들은 다 같이 날아가기 때문입니다. 이는 앞으로의 신규수주에도 상당한 영향을 끼칠 것이므로 가벼운 사안이 아닙니다.

또한, 동사가 안고 있는 문제점은 발틱 프로젝트 뿐만이 아닙니다. 신규수주 소식이 들리지 않는다는 점, 그리고 기존수주가 계속 늘어지고 있다는 점이 더 있죠. 이 문제는 어쩌면 회사가 발틱 프로젝트관리에 너무 많은 시간을 빼앗기고 있어서 인지도 모릅니다. 모든 문제가 동시다발적으로 해결되면서 주가 반등이 시작되면 좋겠군요. 환상에 가까운 낙관론인지도 모르지만, 주가 하락으로 인해 비관적인 이야기들이 주류가 된 것을 보면 가능성이 없지도 않아 보입니다.

경험적으로 볼 때 시장은 많은 이들이 바라보는 곳의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 참고자료

 - 미국 정부, 러시아에 대한 전례 없는 제재 및 수출 통제 조치 발표 (법무법인 율촌 신동찬/이세훈 변호사, 24-06)

 - 디와이피엔에프 | 1분기는 쉬어갈 예정 (대신증권 박장욱, 24-05-13)


* Disclaimer

  - 저는 이 글과 관련한 종목을 언제든지 관련 매매할 수 있습니다. 이 글은 투자를 추천하는 글이 아니며, 보유 종목이 속한 산업의 방향성을 검토하기 위해 작성한 글입니다. 정보 공유 차원에서 공개하지만 그 목적은 어디까지나 단순 정보 제공일 뿐입니다. 누군가 이를 근거로 투자를 했을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일들에 대해 저는 법적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또한, 이 글의 내용은 부정확한 내용과 오류를 포함하고 있을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투자는 본인의 독립적인 리서치, 판단, 의사결정 등에 따라 이루어져야 하며, 투자의 책임은 전적으로 투자자 본인에게 귀속된다는 점을 기억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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