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경제 | 저가 수출 공세에 따른 국내 영향도 점검

Summary

ㅁ '19년 이후 중국의 산업 생산은 증가 추세 유지

ㅁ 중국 소비는 '21년 이후 부동산 위기로 위축

ㅁ 생산을 줄이지 않아 축적된 재고를 저가 수출로 해소 중

 ㅇ '23년 하반기부터 중국의 수출단가 하락 & 수출물량 증가

ㅁ 중국의 수출 증가는 컨테이너선 운임 상승 야기

 ㅇ 컨테이너선으로 수출하는 국내 산업 운송비 증가 예상

ㅁ 각국의 대중국 관세 인상으로 국내 반사이익 얻을 수도 있음

 ㅇ 그러나 관세 인상이 곤란한 제3국에서는 수출 경쟁 심화

ㅁ 중국의 저가 수출은 계속될 것으로 예상



중국 저가 수출 공세에 따른 국내 영향도 점검


| 들어가며

중국의 부동산 경기 침체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미분양이 너무 많아 건설 경기가 좋아질 수가 없고, 건설 비중이 높은 중국 경제 특성상 내수도 부진한 상황입니다. 자국 내 소비가 원활치 않음에도 불구, 물건은 계속 만들고 있어 재고가 많이 쌓이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중국은 5% 수준의 경제 성장을 지속하고 있는데, 알고 보니 이게 저가 수출로 얻은 효과였습니다. 중국의 저가 수출 전략은 주변 국가들의 제조업에 상당한 피해를 주고 있어 여러 국가들이 대중국 관세 인상 조치를 취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피해/수혜 산업이 혼재되어있죠. 한국무역협회에서 좋은 자료가 나와 정리해봅니다.

Dall-E가 그린 수출항만 컨테이너 선적 풍경


| Contents

1. 중국 저가 수출 배경 및 현황

2. 우리나라에 미치는 영향  (1) 철강제품 가격 하락

3. 우리나라에 미치는 영향  (2) 운송비 증가

4. 우리나라에 미치는 영향  (3) 반사이익 vs 피해확대

5. 중국의 저가수출 공세는 지속될듯



1. 중국 저가 수출 배경 및 현황

'19년 이후 중국의 산업 생산 월별 YoY 증가율은 대체적으로 (+)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반면 중국의 소비는 '21년말 이후 부동산 위기로 인해 위축되어있고, 이에 따라 산업 생산 증가분을 소진하지 못해 재고가 급증합니다. 재고의 30% 가량이 통신/컴퓨터, 전자기기, 특수/일반 기계인 것으로 나타났는데, 보관비용, 진부화 가능성 등을 감안하면 그냥 놔둘 수가 없습니다.


이럴 때는 생산을 줄여야 합니다만 중국은 생산을 줄이는 게 아니라 저가 수출을 확대하는 방법을 선택했습니다. 경제 성장의 주축이었던 부동산 경기가 침체되었으니 수출로 성장을 이어가려는 것이죠. 실제로 수출의 중국 경제성장 기여율은 1Q23 -6.2%에서 1Q24 14.5% 로 급반등 합니다.


중국의 수출 물량/단가 월별 YoY 증가율을 보면 '23년 하반기부터 수출단가가 (-) 반전하고, 그 이후 수출물량이 급증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유기화학품, 철강 부문에서 그 효과가 강하게 나타났습니다. 수출단가 하락이 중국에 국한된 이슈는 아닙니다. 원자재 가격 하락 등으로 다수의 국가들에서 수출단가 하락이 확인되고 있는데요. 그러나 중국의 단가 하락폭은 다른 국가의 2배 이상 수준이니 미움을 받을만한 이유가 충분합니다.



중국처럼 수출단가 하락에 따라 수출물량이 증가된 곳은 동유럽 및 중앙아시아 국가들 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표에 따로 나타나진 않으나 수출단가는 조금 오른 것으로 보이며, 수출물량은 '24년 1~4월 기간 중 7.5% 증가했습니다. 일본 같은 경우 수출단가 하락에도 불구하고 수출물량이 감소했다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아마도 수출 품목에 반도체가 없어서 그런 게 아닐까 싶군요.


2. 우리나라에 미치는 영향  (1) 철강제품 가격 하락

앞서 보았듯이 중국의 철강제품은 수출단가 하락 & 수출물량 증가 현상이 강하게 나타나는 품목입니다. 중국 철강제품의 가격은 각국의 철강 원재료 가격을 끌어내리는 역할을 하는데, 국내 조선사들이 많이 사용하는 후판 같은 경우도 이런 흐름에 따라 가격이 내려가는 추세에 있습니다. 조선사들은 신나는 상황입니다. 물론 품질 면에서 차이가 있으나 과거 대비 품질도 개선되기도 했고, 품질의 중요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영역 위주로 사용하면 원가 절감이 가능하겠지요. 조선사 뿐 아니라 원재료로 철강제품을 사용하는 수많은 부품사, 기자재 회사들이 수혜를 보고 있습니다. 철근 가격도 안정화되어 건설사들도 한숨 돌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철강제품을 만드는 회사들은 기분이 좋지 않은 상황입니다. 포스코만 봐도 실적이 많이 꺾였죠. 조선사들과 후판 가격 협상을 할 때도 힘이 많이 빠졌을 겁니다. 대한제강 등 철근 회사들도 '22년을 피크로 판매가격이 내려가고 있습니다. 그래도 한창 힘들었던 '10년 중반에 비하면 아직 사정이 괜찮은 편입니다. 주주들은 괜찮지 않겠지만요.

1Q24 대한제강 공시자료

3. 우리나라에 미치는 영향  (2) 운송비 증가

파나마 운하 통행 차질, 홍해 사태 등에 더하여 중국 수출물량이 증가하면서 컨테이너선 운임이 강하게 반등했습니다. 그런데, 올해 컨테이너선 운임 상승이 전 노선에 걸쳐 일어난 상황인 줄 알았더니 동북아시아 쪽에서만 올라갔더군요. 뉴욕-로테르담 운임은 '23년에 비해 꽤 많이 하락했습니다. 중국 때문에 아시아 국가들만 힘들었던 셈이죠. 상하이 컨선 지수(SCFI)는 '23년에 1,000 수준에서 횡보하다가 '24년 들어 3천 후반대까지 급등한 후 반락하여 현재는 3,500 수준에 있습니다.


컨테이너선 운임 상승은 철강, 일반기계, 가전, 섬유(의류) 산업 등에 악영향을 끼칩니다. 업황이 양호하지 않다면 판매가격 인상으로 인한 수출 감소 또는 수익성 훼손이 나타날 것입니다. 단, 자동차는 자동차운반선(PCTC)으로 운송하고, 석유제품은 탱커로 운송하므로 컨선 운임 상승의 영향은 제한적입니다. 화학제품도 대개 케미컬 탱커로 옮기니까 마찬가지입니다. 또한, IT제품은 항공운송 비중이 90% 수준이므로 해상운임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습니다. 항공운임은 '23년 이후 대체적으로 하락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4. 우리나라에 미치는 영향  (3) 반사이익 vs 피해확대

중국의 저가 공세는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단호히 대응해야 하는 사안입니다. 실제로 여러 국가에서 대중국 관세 인상 조치를 취하고 있는데요. 대개 철강, 전기차 품목에 집중되어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주로 전기차, 이차전지, 의료제품 영역에서 이득을 볼 수 있는 구조인지라 반사이익이라고 해봤자 미국 이외에는 기대할만한 국가가 몇 개 안될 것으로 보입니다. 오히려 미국으로 가던 중국 물량이 제3국으로 방향을 바꿔서 경쟁이 더 치열해질 수도 있습니다.


올해 1~5월 우리나라, 중국 각각의 수출 우위국 15개를 뽑아서 YoY 비교해보면 우리나라가 더 좋은 성과를 보인 것으로 나타납니다.(자료 원본의 합계치가 잘못되어 제가 엑셀로 다시 작성했습니다) 전세계가 블럭화되어 친한 국가끼리 주로 거래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지만, 중립에 속한 국가들도 여럿 있습니다. 이들 국가에 대해 중국과의 수출 경쟁이 치열해질테니 앞으로 관계 설정을 잘 해야겠지요.



4. 중국의 저가수출 공세는 지속될듯

중국의 생산자물가는 한국, 미국, 유로존, 일본보다 더 낮습니다. 중국이 이들 국가들보다 물건을 더 싸게 만들 수 있다는 얘기인데, 이런 환경 하에 수직계열화와 규모의 경제를 동시에 실현한 기업들도 많습니다. 재고 덤핑이 아니라 하던대로 물건을 만들어 저렴한 가격에 수출해도 적정 마진을 남기는 게 가능하다는 의미입니다. 중국이 원가경쟁력을 강화할수록, 그리고 관세를 피한 수출 우회로를 확장할수록 우리나라는 더 어려운 환경에 처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중국의 기술력도 상당 수준 올라와 우리나라와 경쟁하는 품목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습니다.


국가간 경제 규모로 비교할 때 중국과 우리나라는 이미 체급이 다른 상황입니다. 국가 단위로 봤을 때 우리나라가 경제적으로 중국을 이기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그러나 중국 옆에서 이득을 취하며 잘 지내는 것은 가능합니다. 중국을 앞서는 산업군에서는 지속적인 R&D와 노하우 축적을 통해 격차를 유지해야할 것이고, 구조적으로 발생하는 틈새시장을 찾는 노력을 계속 해야할 것입니다. 그 과정에서 중국의 저렴한 원재료와 중간재를 활용해야겠지요. 관점에 따라 더 많은 기회가 생길 수도 있겠습니다.



* 참고자료

 - 중국 저가 수출이 우리 수출에 미치는 영향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 도원빈, 김우종, 김진아, 24-07-23)

 - 한승한의 수주산업 위클리 (SK증권 한승한, 24-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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