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케일링 법칙에서 삼양식품을 떠올리다; 노마드 투자자 서한 | 닉 슬립, 콰이스 자카리아

Summary


ㅁ 스케일링 법칙에 따르면, 덩치가 클 경우 그 반대 케이스보다 수명이 길어짐

    ▷ 유기체의 체질량이 증가할수록 분당 심장 박동 수는 감소(클라이버 법칙)

    ▷ 모든 생명체는 약 10억회의 공통 총 심장 박동 수를 가짐

    ▷ 따라서 덩치가 크면 분당 심장 박동 수가 낮아져 수명이 길어짐

ㅁ 단순한 사업모델에 규모 확대가 용이하다면 강력한 기업이 될 것임 

ㅁ 이러한 성장 기업의 주식을 빨리 매도하는 것은 파산기업 투자보다 더 큰 리스크

ㅁ 삼양식품은 불닭볶음면 하나로 판매시장을 확장하며 성장 중




불닭볶음면 하나로 날아오른 삼양식품


| 들어가며


삼양식품의 1Q24 실적은 인상적이었습니다. 주가 상승폭은 실적보다 더 인상적이었죠.

오랫동안 저는 불닭볶음면 하나에 집중하는 삼양식품의 사업전략을 리스크로 생각해왔습니다. 수년간 실적이 지속적으로 우상향해도 이를 일시적 현상으로 여겨왔습니다. 이를 뒤집어서 판매시장 확대의 편의성 관점에서 생각해보면, 하나의 상품에 집중하는 전략이 장점이 될 수 있는 여지가 많이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이를 인지하지 못했습니다.

전세계적인 인플레이션 하에서 저렴한 먹거리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는 시대적 상황도 삼양식품의 성장을 도왔고, 올해 들어서는 원재료 가격도 제법 빠지면서 삼양식품의 수익성을 개선시켜주었습니다.

증설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는 삼양식품을 보고 스케일링 법칙이 떠올랐습니다. 노마드 투자자 서한에서는 규모의 경제가 갖는 중요성을 설명하기 위해 이 이론을 가져왔는데요. 책에서는 아마존의 경쟁우위를 설명하고 있지만 저는 삼양식품이 생각나는군요.


| Contents

1. 스케일링 법칙

2. 단순하고 경쟁력 있는 사업모델

3. 기업의 성장 초기에 주식을 매도하는 리스크

4. 제조업에도 적용할 수 있을까? 삼양식품의 사례



1. 스케일링 법칙

상기의 요약과는 달리 스케일링 법칙에 대한 설명은 다소 복잡합니다.

책에서는 스케일링 법칙의 간단한(?) 사례로 체질량골격 강도를 제시하는데, 유기체의 몸집이 커짐에 따라 체질량은 부피와 함께 증가하는 반면 골격의 전단강도는 뼈의 너비에 따라 증가한다고 합니다. 더 큰 골격 구조가 없다면 체질량이 강도를 압도하고, 유기체는 자기 무게로 인해 넘어지게 됩니다. 사용하는 산소량으로 측정하는 대사율도 체질량에 따라 증가하지만, 증가율이 더 낮습니다. 동물의 체질량에 규모의 경제가 존재한다는 것이죠.

이는 나아가 분당 심장 박동 수도 체질량에 따라 감소한다는 사실의 증거이기도 합니다. 이게 클라이버 법칙인데, 1kg 무게의 쥐가 1kg 의 고래보다 생존을 위해 더 많은 에너지를 소비한다는 내용입니다. 모든 생명체는 약 10억회의 총 심장 박동 수를 가집니다. 쥐는 이 10억회를 분당 500회의 속도로 약 4년만에 소진합니다. 반면 고래는 분당 25회 속도로 70년에 걸쳐 소진합니다.

쥐의 심장 박동이 빠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모든 동물의 혈관 횡단면 총면적이 심장에서 멀어질수록 증가합니다. 혈액이 혈관 벽에 접촉할 때 생기는 점성 저항을 극복하기 위해서인데, 몸집이 작은 동물은 횡단면을 더 넓힐 수 있는 체내공간이 없습니다. 그래서 쥐의 심장은 혈액의 흐름 저항을 이겨내기 위해 더 빠르게 뜁니다. 반면 몸집이 큰 동물은 심장과 체내 세포의 거리가 훨씬 멀어서 횡단면 면적을 더 넓힐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수명과 골격 전단강도가 규모로, 규모가 순환 효율성으로, 순환 효율성이 다시 수명으로 이어지는 함수 관계가 존재하다는 것입니다. 인간의 수명이 100년 정도인 이유는 체질량과 골격 전단강도를 고려할 때 인간이 감당할 수 있는 시간이 100년이기 때문입니다.

스케일링 법칙은 어떤 기업이 쥐에서 고래로 성장할 수 있는 근거에 대해서 생각해볼 때 좋은 실마리를 제공해줄 수 있습니다.


2. 단순하고 경쟁력 있는 사업모델


기업의 성장에 필요한 것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성장을 위한 자금을 자체 조달할 수 있어야함

     ▷ 기회가 크다면 자본이익률도 그에 비례하여 높아야함

 2) 진입장벽은 규모에 비례해야함

     ▷ 그래야 기업성장에 따라 해자가 더욱 강력해짐

 3) 기업의 골격구조(사업모델)은 최대한 단순히 유지해야함

책에서는 아마존과 같은 인터넷 사업모델을 예로 들고 있습니다.

아마존의 상품판매자는 창고를 통하지 않고 고객의 주문에 따라 상품을 고객에게 바로 배송합니다. 아마존에게는 오프라인 매장이 없습니다. 비싼 부동산 임대료가 없고, 고객이 인지하는 서비스 퀄리티는 배송속도, 웹사이트 감성, 제품 다양성 등입니다. 세계 어디에서나 아마존의 웹사이트는 동일하게 제공되기 때문에 오프라인 매장 대비 서비스 퀄리티의 동질성을 유지하는 게 쉽습니다. 이러한 고정비 성격의 요인에 대한 아마존의 통제 가능성은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하는 도소매업체 대비 더 높습니다.

기업의 성장이 실패로 끝나는 주요 원인이 복잡성에 있다는 걸 생각해보면, 사업모델의 단순성이 갖는 중요성을 알 수 있습니다. 아마존의 모델은 운영의 단순성 측면에서 오프라인 도소매업 대비 경쟁력이 높고, 확장성이 좋습니다. 수익성이 높아질 기회가 더 많다는 의미죠. 노마드가 아마존에 투자한 이유입니다.

아마존이 규모의 효율성 공유 모델, 창업자의 고객 지향 관점, 월스트리트에 대한 건전한 무시 등과 결합하면 고래로 변모할 쥐가 될 수 있습니다. 지금 돌이켜보면 아마존은 고래가 되어있죠. 저자가 생각했던 요인들이 직/간접적으로 작용하면서 사업 영역을 확장해나간 결과입니다.


3. 기업의 성장 초기에 주식을 매도하는 리스크


특정 종목의 주가 상승이 지속되면 포트폴리오 내에서 해당 종목이 차지하는 비중이 점점 커집니다. 이를 일부 매도해서 비중을 조정해야 할까요? 기업의 성장이 작동하는 과정을 상기해보면, 성장 기업이 포트폴리오 내에서 점점 더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투자자의 가장 큰 실수는 월마트나 마이크로소프트와 같은 주식을 기업의 성장 초기에 매도하는 것입니다. 수학적으로 이 오류는 파산하는 회사에 같은 금액을 투자한 것보다 훨씬 더 큽니다. 성장에 따라 투자 원금의 몇 배에 달하는 수익을 줄텐데, 이를 자기 손으로 포기해버린 것이니 기회비용 관점에서 보면 엄청난 리스크인 셈이죠.

투자 실적에 기회비용을 반영하진 않지만 결과적으로 수익에 미치는 영향은 상당합니다.

4. 제조업에도 적용할 수 있을까? 삼양식품의 사례


스케일링 법칙은 규모의 경제에 관한 이야기 입니다. 여기서 뻗어져나온 기업 성장 필요 요인을 삼양식품에 연결지어 생각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1) 성장을 위한 자금을 자체 조달

     ▷ 불닭볶음면은 꾸준히 잘 팔렸기 때문에 증설 자금을 마련하는데 문제가 없었고, 삼양식품의 높은 이익률을 감안할 때(못해도 OPM 10% 수준은 넘어갔음) 해당 자금을 다른데 투자하지 않고 증설에 투자한 것은 합리적인 선택이었습니다.

 2) 규모가 커질수록 강해지는 해자

     ▷ 불닭볶음면이 전세계적으로 많이 팔리면 팔릴수록 삼양식품의 해자는 두터워집니다. 오리온 초코파이를 모방한 제품이 많지만 오리온의 아성을 이긴 업체는 없죠.

 3) 단순한 사업모델 유지

     ▷ 신제품이 나오고는 있지만 불닭볶음면을 기반으로 한 특화상품 비중이 더 큽니다. 취급 제품이 적을수록 제조공정, 관리비용 등 모든 면에서 효율성이 배가되므로 수익성은 더 좋아지죠. 원아이템으로 구사하는 마케팅 전략은 도달력이 더 강하기 때문에 순풍이 들어오면 파괴력이 상당합니다.

삼양식품 1Q24 공시자료의 매출 내용을 보면 다음과 같은 내용이 나옵니다.


성장폭이 어마어마하죠. 개인적으로 불닭볶음면을 안좋아해서 사람들이 한 번 맛보면 다시 먹지 않을 것이고, 그래서 삼양식품의 실적은 지속성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그게 아닌 것 같군요. 일회성 식품이라면 저 정도의 성장률을 기록할 수 없을 것입니다. 먹고 또 먹는 사람들이 있다는 얘기이고, 이를 좀 복잡하게 설명하자면, 불닭볶음면을 맛본 사람은 다른 유사제품으로 이 맛을 대체하지 않는 충성고객이 되었다는 의미입니다.

세계는 충분히 넓기 때문에 삼양식품의 성장은 꽤 오랫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 정도 기울기의 성장률은 꺾일 수 있겠지만 성장 자체는 지속되겠지요. 물건이 팔리는 속도를 따라갈 수 있을만큼 충분한 물량을 만들어낼 수 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익산공장은 가동률을 더 올리기 힘들 것 같고, 밀양, 원주 공장은 넉넉하진 않지만 룸이 남아있군요. 1,600억원을 들여 '25년 6월 완공을 목표로 밀양 제2공장을 짓고 있으니 내년 하반기 이후에는 탑라인이 더 높아질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국내 음식료 업계의 증설을 얘기하면 과거 해태제과의 허니버터칩, 팔도 꼬꼬면과 같은 비극이 먼저 생각나는데요. 해당 제품은 해외로 나가지 못했지만 삼양식품의 경우 해외 매출 비중이 더 크기 때문에 증설 후 매출 부담도 상대적으로 덜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증설 이후 수익성도 지금처럼 유지할 수 있을까요?

한편, 주가의 향방은 이와는 또 다른 얘기입니다.

단기적 관점에서 보자면 밸류에이션 자체도 많이 올라왔고, 주변의 인간 지표만 확인해봐도 고점이라는 신호가 많이 눈에 띕니다. 투자 시계열을 장기로 본다면, 삼양식품의 성장(현재의 수익성을 훼손하지 않는)이 지속된다면 지금의 주가도 저렴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투자 시점이 지금이어야 할 이유는 없죠.

삼양식품의 미래를 그려보면 원아이템 전략의 리스크, 소비자 기호 변화 등이 떠오릅니다. 수년간 삼양식품의 실적 우상향을 눈으로 확인해도, 반성해보아도, 제 머리 속에 들어있는 걱정과 의구심은 변화가 없는 것 같군요. 앞으로도 저와 삼양식품은 인연이 없을 것인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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