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ary
ㅁ 동사 매출의 약 90%는 해양코팅(선박페인트)
ㅇ 그 중에서도 선박수리향 매출이 전체 매출의 절반 가량
ㅁ FY24 매출 1,161억엔, 경상이익 130억엔 (경상이익률 11%)
ㅁ 매출 YoY 17% 증가, 경상이익 YoY 200% 증가
ㅇ 원재료 가격 하락 및 고부가가치 제품 판매 증가에 기인
ㅁ 환경규제로 인해 고성능 방오도료 제품 판매 증가는 기조적 현상
ㅇ 페인트는 주기적으로 칠해줘야 하므로 매출 증가 지속 가능성 높음
ㅁ FY25 예상매출 1,200억엔, 경상이익 125억엔
ㅇ 회사측에서는 예측이 어렵다며 보수적인 가이던스 제시
조선기자재 투자 관점에 적합한 페인트 업체
| 들어가며
선박용 페인트는 선박 건조 공정 후반에 사용되는 제품으로, 판매 가격 전가력이 상대적으로 낮아 조선 기자재 업종 중 투자 우선순위를 따진다면 후순위로 분류되는 편입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에폭시 수지와 같은 원재료 가격이 하락한 반면, 판매 가격은 유지되면서 수익성이 개선되어 선박 엔진이나 기타 기자재 업체 못지 않은 수익성을 보이고 있습니다.
국내 선박용 페인트 시장은 KCC, 조광요턴, 츄고쿠삼화페인트, 아이피케이 등의 기업들이 대부분을 점유하고 있습니다. 이 중 KCC는 다른 사업 분야가 많아 조선 기자재 투자 관점에서는 적합하지 않으며, 나머지 기업들은 합작회사로 지분법 손익을 노리는 우회적 투자로 접근해야 합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우회적 투자 방식은 투자 아이디어와는 별개의 요인에 영향을 받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조광요턴의 경우 1Q24 실적이 매우 좋았지만, 모회사인 조광페인트의 본업과 또 다른 자회사인 씨케이이엠솔루션의 실적이 주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반면, 조광요턴보다 규모와 실적이 떨어지는 츄고쿠삼화페인트를 자회사로 보유한 삼화페인트는 본업의 실적도 좋아 주가 흐름이 더 좋았습니다.
한편, 선박용 페인트에만 집중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방법도 있습니다. 바로 츄고쿠삼화페인트의 지분 절반을 보유한 주코쿠마린페인트(4617.T)에 투자하는 것입니다.
| Contents
1. 개요
2. FY24 실적 요약
3. 매출 : 해양코팅 부문의 탄탄한 성장
4. 원재료 : 에폭시수지 가격의 하락
5. 밸류에이션 : 저PER에 접어드는 씨클리컬 업체
6. 결론 : 엔화투자를 안전장치로 삼는다면 해볼만한 투자
1. 개요
CMP(Chugoku Marine Paints)는 1914년 일본 히로시마에서 설립되어 현재 노르웨이의 요턴(Jotun), 네덜란드의 악조노벨(Akzo Nobel)과 함께 해양코팅(Marine Coating) 시장의 70% 가량을 점유하고 있습니다. IR 자료에 따르면 이 시장의 전체 규모는 3,000~3,500억엔, 원화로는 3~3.5조원 정도라고 합니다.
선박용 페인트에 대해 해양코팅(Marine Coating)이라는 명칭을 사용하는 이유는, 선박용 페인트의 사용 목적이 선박 표면의 부식, 따개비 등의 해양생물 번식 등을 예방하는데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선박용 페인트를 방오도료(Antifouling Paint)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동사의 선박용 방오도료에 주로 사용되는 코팅 타입은 가수분해형 코팅(Hydrolysis-type Coatings)으로, 오늘날 가장 많이 사용하고 있는 유형입니다. 이 타입의 페인트를 칠하면 코팅 표면이 비누처럼 녹았다가 나중에 코팅막을 형성하여 코팅 대상에 매끄러운 표면과 안정적인 방오 기능을 유지합니다. 물성을 달리하면 코팅막의 두께를 조절하여 방오 성능과 지속기간을 조절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동사의 해양코팅 부문 매출 구성을 더 자세히 보면 신조(New Ships)보다 선박 수리(Ship Repair)의 비중이 더 큰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배는 보통 30년 이상 사용하는 경우가 많고, 바다의 환경이 거칠다보니 페인트를 여러 번 칠할 일이 많을 것입니다. 그래서 선사가 많은 국가 내지 항로의 경유지가 되는 항구가 있는 국가에서 선박 수리향 해양코팅 수요가 많습니다. 동사는 20개 국가에서 24개의 법인을 운영하며 60개 지역을 커버하고 있습니다.
CMP는 이 밖에도 산업용코팅, 컨테이너코팅 사업 부문을 가지고 있습니다만, 해양코팅 부문이 전체 매출의 80~90%를 차지하기 때문에 이 부문만 봐도 투자 의사결정을 하기에 지장이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참고로 동사는 3월 결산법인 입니다.
2. FY24 실적 요약
분기, 누적 모두 훌륭한 실적을 보여주었습니다. 매출액 증가 대비 매출원가 증가폭이 적어 수익성이 개선되었고, 판관비가 일부 증가했으나 매출 증가폭보다는 적었습니다. 이에 따라 영업이익이 두자리수를 넘었습니다. 매출액 증가는 고성능 방오도료와 같은 고부가가치 제품 판매 증가와 판매가격 최적화(원가 하락에도 불구, 판가를 내리지 않았다는 의미인듯)에 기인한 것입니다. 이번 회계년도 매출과 수익은 모두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24-05-24 기준 동사의 시가총액은 1,127억엔 입니다. POR 10이 안되고 PER은 11.4 정도 됩니다.
3. 매출 : 해양코팅 부문의 탄탄한 성장
동사의 FY03/24 IR 자료에 나와있는 부문별/지역별 매출을 확인해보면 대한민국과 중국의 실적이 YoY 30% 이상 증가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둘 다 조선소가 많아 신조 물량이 많은 지역입니다. 여기까지는 자연스레 고개가 끄덕여지는데, 일본, 동남아, 유럽, 미국 등 사실상 전세계적으로 매출이 YoY 10% 이상 증가했습니다. 이에 대한 회사 측의 설명은 다음과 같습니다.
"선박 수리용 코팅 매출은 선박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수요 증가, 예를 들어 해양 연료 규제 준수 등에 힘입어 크게 증가했습니다. 고부가가치 제품의 매출은 견조했으며 고성능 방오도료는 전체 방오도료 매출의 약 43%(방오도료를 사용하는 선박 수 기준)를 차지했습니다."
선사들이 연료 효율성을 조금이라도 더 높이기 위해 고성능 방오도료를 사용한다는 의미군요. 세상에는 아직 고성능 방오도료를 칠하지 않은 배가 많이 남아있고, 앞으로 환경 규제가 점점 강화되니까 CMP의 고가 제품군 수요는 지속적으로 발생하리라 예상할 수 있습니다. 방오도료 자체가 주기적으로 칠해줘야 하는 제품이기도 하니까요.
현재 동사 매출의 약 90%를 차지하는 해양코팅 사업 내에서도 선박 수리향 매출 비중이 신조보다 더 큽니다. 전체 매출 기준으로 선박 수리향 방오도료 매출 비중을 따져봐도 50% 수준에 육박합니다. 돈 냄새가 느껴지시나요? ^^
상기의 그래프는 전체 매출에 대해 사업 부문별 매출 비중을 나눈 것이고, 다음의 그래프는 지역별/부문별 매출 비중 입니다. 동남아, 유럽&미국에서 선박수리 향 방오도료 YoY 증가폭이 크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대한민국에서 신조 향으로 YoY 60% 증가한 매출액이 유럽&미국에서 선박수리 향으로 YoY 18% 증가한 매출액과 엇비슷합니다.
4. 원재료 : 에폭시수지 가격의 하락
FY03/24 IR 자료를 보면 실적 개요를 다룬 후 곧바로 다음의 그래프가 나옵니다. 실적이 잘 나오고 수익성이 괜찮았던 것은 원재료가격 하락에 기인한 바가 컸다는 의미이겠죠.
원재료에 납사와 구리도 나오는데, 주된 원재료는 에폭시 수지 입니다. 일본 국내에서 YoY 30%, 국외에서 38% 하락한 것으로 나오죠. 세계 수위급의 에폭시 수지 생산업체인 국도화학은 중국발 공급 과잉으로 지속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으나 페인트 업체들은 반사이익을 얻고 있는 것입니다.
중국과 경쟁 관계에 놓인 석유화학 업체들은 치킨 게임을 하고 있어 미래가 불투명합니다. 중국 건설경기 등이 확연히 반등하여 에폭시 수요가 증가하지 않는 한 앞으로도 유의미한 가격 반등은 어렵습니다. 조선업 분위기도 좋아서 원재료 가격 하락이 페인트 판매 가격 하락으로 이어지지 않는 게 선박용 페인트 업계의 현 상황입니다.
다만, 지금은 판매가-원재료가격 스프레드가 벌어져있어 좋은 상황이지만, 앞으로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느냐를 고민해봐야겠죠. 앞서 매출 부분에서 검토한 내용을 바탕으로 생각해보면, 지금보다 더 좋아질지는 모르겠지만 앞으로 꾸준히 괜찮은 수익성을 보일 가능성은 있어보입니다. 그러나 주가 측면에서는, 지금보다 더 좋아질 수 없다면 주가 변동성이 확대될 여지가 있습니다. 장기추세는 긍정적이나 단기적으로는 불확실성이 있다는거죠.
5. 밸류에이션 : 저PER에 접어드는 씨클리컬 업체
24-05-24 시가총액 기준으로 동사의 PER는 11.4 수준 입니다. 올해 가이던스는 보수적이지만 제반여건이 좋아 더 잘 나올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러나 주의해야할 점은 동사도 어쩔 수 없는 씨클리컬 업체이고, 주가하락 시 안전판이 될 주주환원은 훌륭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이번 회계년도 배당은 주당 80엔(배당수익률 3.9%)이고, 앞으로 배당성향은 연결 기준 40% 이상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자사주매입은 지난 분기에 12.6억엔(시총의 1% 수준)을 했었는데 향후 자사주매입에 있어 확정된 사항은 없습니다. 이 정도 주주환원을 하는 회사는 국내에서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죠. 동사도 자국의 주가부양 정책을 인지하고는 있으나 업황이 좋아진 관계로 기존에 하던 수준만 해도 생색을 낼 수 있는 상황입니다.
밸류에이션 재평가 가능성은 없을까요? 앞으로 2~3개 분기 실적이 지속적으로 잘 나온다면 그럴 가능성도 있습니다. 일단 전방산업의 전망이 워낙 좋습니다. 신조, 선박수리 모두 환경규제의 영향 하에 있어 수년간의 호황은 예정되어있습니다. 고부가제품이 잘 팔리는 여건이다 보니 판매가격 방어도 용이할 것이고, 원재료가격은 중국발 공급과잉 이슈가 있어 장기간 안정적일 것으로 예상됩니다.
예상치 못한 매크로 이슈가 생기지 않는 한 동사의 실적은 사상 최고치를 계속 갱신해나갈 가능성이 있습니다. 마치 국내 변압기 업체들처럼 의심스러운 시선 속에 주가가 웅크리고 있다가 갑자기 터져나오듯 올라갈 수도 있는거죠.
동사의 FY25 가이던스를 보수적입니다. 매출 1,200억엔, 경상이익 125억엔으로 매출은 조금 오르고 경상이익은 조금 내려가는 그림입니다. 이미 해양코팅 시장의 1/3 가량을 점유하여 추가적인 매출 증가나 판가-원재료 스프레드 유지를 확신하기 어려웠겠죠.
동사의 주가는 '23년 연초 대비 2배 넘게 상승한 수준입니다. 이익규모가 YoY 3배 가까이 증가했으니 주가가 2배 증가한 것 같으면 덜 오른 것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습니다만, 심리적 저항감을 무시할 수는 없습니다. 주가는 고점에서 일부 조정을 받은 모습이며, 앞으로도 이런 저런 노이즈 속에 흔들리다가 주가 방향성이 정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6. 결론 : 엔화투자를 안전장치로 삼는다면 해볼만한 투자
엔화환율이 바닥권에 있다는 소식이 들린 지 꽤 오래됐습니다. 오르긴 커녕 전 저점을 뚫고 지하실로 내려가고 있죠. 그러나 확실한 것은 모든 것들은 평균회귀로 가게 되어있기 때문에 이 정도 환율 레벨이면 엔화자산 투자를 고려할만한 수준이라는 점입니다. 달러화 대비 엔화 가치가 높아지기 쉬운 상황은 아니지만 원화 대비 엔화 가치가 더 높아질 가능성은 있습니다. 급격한 인구 감소가 확정되어있는 우리나라와 일본의 10년 후 경제 상황을 상상해보면 쉽게 답이 나옵니다.
느닷없이 환율 얘기를 꺼내는 것은, 동사에 투자하는 것에 대한 의사결정을 할 때 주가 하락을 방어해줄 안전장치가 회사 차원에서는 제공되지 않지만, 최근 10년 내 최저 수준의 엔/원 환율이 그 역할을 대신 해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단순히 생각해봐도 주가가 20% 하락해도 엔/원 환율이 10% 상승한다면 최종수익률은 -10% 겠죠.
물론 최악의 경우 주가와 환율이 동반 하락할 수도 있지만, 단기투자가 아닌 이상 그럴 가능성이 높아보이진 않습니다. 보유자산의 기준통화 분산 차원에서 일본주식 투자를 고려하고 있다면, 동사도 선택지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 참고자료
- IR 자료
- EDINET 공시자료
* Disclaimer
- 저는 이 글과 관련한 종목을 언제든지 관련 매매할 수 있습니다. 이 글은 투자를 추천하는 글이 아니며, 보유 종목이 속한 산업의 방향성을 검토하기 위해 작성한 글입니다. 정보 공유 차원에서 공개하지만 그 목적은 어디까지나 단순 정보 제공일 뿐입니다. 누군가 이를 근거로 투자를 했을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일들에 대해 저는 법적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또한, 이 글의 내용은 부정확한 내용과 오류를 포함하고 있을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투자는 본인의 독립적인 리서치, 판단, 의사결정 등에 따라 이루어져야 하며, 투자의 책임은 전적으로 투자자 본인에게 귀속된다는 점을 기억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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