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긍정하는 마음; 회복탄력성 | 김주환

"회복탄력성"은 역경을 헤치고 나오는 힘이 어디에서 나오는 것인지 규명하고 그 힘을 기르는 방법에 대해 알려주는 책입니다. 미국식 자기계발서처럼 개념을 명확히 정의한 후 이해를 돕기 위한 예시를 제시한 후 개선을 위한 실천적 방법론을 제시해줍니다. 머리에 쏙쏙 들어와서 금방 읽어볼 수 있었습니다.


| 사랑 받은 아이가 굳건한 사람이 된다

제가 아이를 키우는 입장이라 그런지 회복탄력성 연구 이야기가 가장 먼저 마음 속에 들어왔습니다.

어려운 여건 하에서 자라는 아이들을 40년간 추적 연구한 결과, 제대로 된 어른으로 성장한 아이들은 가족 중 누군가가 무한한 사랑을 주었다는 공통점이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힘들 때 나를 보듬어주고 다시 일어날 수 있는 힘을 줄 수 있는 사람이 있어야 자존감이 설 수 있다는 얘기겠지요.

자존감이 나를 믿을 수 있는 힘과 그 효능에 해당된다면, 그 힘을 기를 수 있는 건 역시 "사랑" 덕분인 것 같습니다. 아이들을 보듬어줄 때와 아이들을 다그칠 때를 같이 떠올려보니 결과적으로는 전자가 역시 아이들의 행동에 긍정적인 변화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닙니다^^


워너 교수는 카우아이 섬 연구를 통해 회복탄력성이라는 개념을 확립했다. 워너 교수가 40년에 걸친 연구를 정리하면서 발견한 회복탄력성의 핵심적인 요인은 결국 인간관계였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꿋꿋이 제대로 성장해나가는 힘을 발휘한 아이들이 예외 없이 지니고 있던 공통점이 하나 발견되었다. 그것은 그 아이의 입장을 무조건적으로 이해해주고 받아주는 어른이 적어도 그 아이의 인생 중에 한 명은 있었다는 것이다. 그 사람이 엄마였든 아빠였든 혹은 할머니, 할아버지, 삼촌, 이모이든 간에. 그 아이를 가까이서 지켜봐주고 무조건적인 사랑을 베풀어서 아이가 언제든 기댈 언덕이 되어주었던 사람이 적어도 한 사람은 있었던 것이다.

톨스토이 말대로, 사람은 결국 사랑을 먹고 산다는 것이 키우아이 섬 연구의 결론이다. 사랑 없이 아이는 강한 인간이 되지 못한다. 사랑을 먹고 자라야 아이는 이 험한 세상을 헤쳐 나아갈 힘을 얻는 법이다. 이러한 사랑을 바탕으로 아이는 자기 자신에 대한 사랑과 자아존중심을 길러가며 나아가 타인을 배려하고 사랑하고 제대로 된 인간관계를 맺는 능력을 키우게 된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회복탄력성의 근본임을 카우아이 섬 연구는 알려준 것이다.



| 실수해도 괜찮아, 넘어져도 괜찮아

첫째는 무엇이든 곧잘 해보려고 했는데 둘째는 그렇지가 않습니다.

무서움이 많고 새로운 시도를 두려워합니다. 그 이유는 첫째도 나이가 많지 않아 둘째를 많이 보듬어주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사랑을 더 주기 힘든 상황이었고, 결과적으로 둘째는 첫째보다 자존감이 낮아보입니다. 

자전거를 배울 때도 둘째는 넘어질까봐 두려워합니다. 킥보드를 탈 때 조금이라도 다칠까봐 위험한 코스는 일단 피하게 했더니 넘어지는 것을 두려워하는 아이가 되어가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부모의 지나친 보호가 아이의 회복탄력성을 후퇴시킨 것일까요?

넘어져도 괜찮아, 실수해도 괜찮아. 더 많이 받아주고 보듬어줘야 겠습니다.


회복탄력성이 높은 사람들은 실수를 두려워하지 않으면서도 자신의 실수에 대해서는 스스로 민감하게 알아차리는 뇌를 지닌 사람들이다. 설령 실수를 범한다 해도 실수로부터의 피드백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습관이 들어있는 뇌를 지닌 사람들이다.

반면에 회복탄력성이 낮은 사람들은 실수를 지나치게 두려워한다. 이런 사람들은 실수는 덜 하지만 정작 실수를 했을 경우에 그들의 뇌는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는다. 실수를 적극적으로 모니터링하고 받아들이려 하기보다는 억누르고 무시하려는 무의식이 작동한다고도 해석할 수 있다.


| 부정적 감정은 외부의 힘에 의한 게 아니다

회사에서 일이 안풀릴 때 저는 부정적인 감정에 휩싸이곤 합니다. 예산이 부족해서 이번 사업이 망한거다, 내부통제 부서가 하지 말란 게 많아서 올해 실적이 별로다 등등 분노나 좌절을 느끼는 때가 종종 있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도 평정심을 유지하는 사람들이 분명 있습니다. "어차피 내 회사도 아니잖아?" 하는 식의 책임감 부족 때문이 아니라, 진짜로 평정심을 유지하는 사람들 말이죠. 그들의 성숙한 면모는 아마도 부정적 감정의 원인이 외부요인이 아니라 나의 인식 여부에 달려있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책에 나오는 배 이야기를 보니 잘 와닿네요.


우리가 분노나 좌절 등의 부정적 감정을 느낄 때, 우리는 흔히 어떤 사건이나 사람이 나의 부정적 감정을 유발했다고 믿는다. 그러나 이는 착각이다. 주위 사람들이 뭐라든, 내 인생에 있어서 어떠한 일이 생기든, 누군가와 어떠한 갈등을 빚든, 그러한 일들 자체에는 그 어떤 본래적 의미도 담겨져 있지 않다. 그러한 일이 기분 나쁜 일, 슬픈 일, 화 나는 일, 짜증나는 일이 되려면 반드시 나의 해석이 필요하다. 나의 분노나 좌절의 근원은 내 머릿속에 있음을 분명히 깨달아야 한다.

다음과 같은 장면을 상상해보자. 지금 나는 잔잔한 호수 위에 조각배 한 척을 띄어놓고 낚시를 즐기고 있다. 갑자기 다른 배가 내 배를 뒤에서 쿵 하고 박았다. 행복감은 갑자기 불쾌감과 분노로 바뀌게 된다. 고개를 휙 돌려 뒤를 본다. 그런데 그 배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저 빈 배가 물결에 떠내려오다가 내 배에 부딪힌 것이다. 순간 분노는 연기처럼 사라지고 만다. 왜 그런가? 그 배가 내 배를 들이받았다는 사실 자체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는데.


| 행복의 기본 수준 높이기

행복의 기본 수준이란, 역경을 거치고 일정 시간이 지나 자기 본래의 상태로 돌아왔을 때의 행복 수준을 의미합니다. 강한 회복탄력성으로 바닥에서 빨리 반등해 본래의 나로 돌아왔을 때, 이 수준이 높을수록 더 행복한 사람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부정적인 일에 초연해지고 더 나은 내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것, 높은 자존감을 가지고 꾸준히 해나가면 좋은 결과가 오는 건 필연적이라고 믿는 것. 이를 위해 자기조절능력과 대인관계능력을 개선해나가는 것. 모두 행복의 기본 수준을 높이는 좋은 방법입니다.

한편, 저자는 회복탄력성을 기르는 실천적 방법으로 자기 강점을 찾아 꾸준히 이를 활용하는 방안을 제시합니다. 잘하는 일을 해내면 내가 가치있는 사람인 것 같은 느낌에 뿌듯함을 느낀 경험이 있을 것입니다. 그러한 경험이 일정기간 동안 반복되면 긍정적인 감정이 고양되고, 장기적으로 회복탄력성이 강해지는 것이죠.


회복탄력성이 낮은 사람의 스토리텔링 방식은 나쁜 일에 대해서는 내가, 언제나, 모든 면이 다 그렇다는 식으로 크게 생각하고, 좋은 일에 대해서는 남도, 어쩌다가, 이번 일만 그렇다는 식으로 그 의미를 축소해서 받아들인다. 회복탄력성이 높은 사람은 이와는 정반대로 한다. 나쁜 일에 대해서는 그 의미를 축소하고 좋은 일에 대해서는 더 크게 일반화해서 받아들인다.

*   *   *

인생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기껏해야 일시적으로 우리를 행복하게 혹은 불행하게 만들 뿐이다.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우리는 곧 다시 자신의 본래 행복 수준으로 되돌아오는 강한 탄력성을 지녔다. 심리학자들은 이를 '행복의 자동온도조절장치'라 부른다.

원래 밝고 명랑한 사람은 이 기본 수준이 높고, 우울하고 침울한 사람은 기본 수준이 낮은 것이라 할 수 있다. 이 기본 수준을 중심으로 좋은 일이 있으면 일시적으로 더 행복해지고 나쁜 일이 있으면 더 불행해지지만, 결국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다시 자신의 기본 수준으로 되돌아온다. 따라서 더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각자 자신의 행복의 기본 수준을 끌어올려야 한다.

*   *   *

행복의 기본 수준이 높은 사람을 우리는 낙관적인 사람이라 부른다. 낙관성이 높은 사람들은 주어진 상황은 언젠가 좋아지리라는 믿음을 지닌 사람들이다. 신체적으로도 더 건강하고 우울증에도 덜 걸린다. 성취도도 더 높고 업무 생산성도 높다. 그러나 낙관성은 객관적인 위험성을 과도하게 평가절하하는 비현실적인 낙천주의와는 다르다.

낙관성을 지닌 사람은 무엇인가를 해낼 수 있다는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있으며, 자신의 한계 밖으로, 일상 너머로 뻗어나가려는 적극적인 자세를 지닌다. 낙관성은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게 하며, 익숙한 현실과 반복적인 일상에 안주하기를 거부하고 새로운 영역으로 스스로를 확대시켜 나가려는 자세를 유지시켜준다.

*   *   *

강점의 발견과 발휘는 자기조절능력과 대인관계능력 모두를 근본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다. 이것이 회복탄력성이라는 마음의 근력을 꾸준히 키워가는 방법이다. 물론 몸의 근육을 키워가는 데에도 일정 시간이 걸리는 것처럼 마음의 근력 역시 즉각적으로 키워지지는 않는다. 자신의 대표 강점을 일상생활 속에서 수행하게 하고 그 효과를 측정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훈련 직후나 일주일 후에는 긍정적 정서가 미미한 수준만 증가했지만, 그 효과는 1개월 후에 유의미하게 커졌으며, 6개월이 지나도 계속 그 효과가 유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강점 발견 훈련의 효과는 적어도 1개월 후부터 나타나기 시작하며, 그 효과는 다른 종류의 긍정적 정서의 유발과는 달리 6개월 이상 지속된다.


좋은 이야기들을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책이었습니다. 일부는 실천하고 있었지만 일부는 그렇지 않았던 것들을 인지하고 더 나은 내가 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해야겠습니다. 그리고, 사랑하는 아이들이 저보다 더 높은 회복탄력성과 행복 기본 수준을 가질 수 있도록 마음을 더 곱게 가다듬어야겠습니다.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