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 HBM 공정 정리

출처 : Happy New Big Cycle, 23-09-18 다올투자증권 고영민 연구위원


올해는 한미반도체, 미코, 이오테크닉스, 피에스케이홀딩스, 에스티아이, 프로텍 등 HBM 관련 종목이 2~3분기를 화려하게 장식했습니다. 사실 주가 상승 전에도 HBM 관련 내용이 어느 정도는 알려져있었으나 그 때는 "HBM 그거 매출 얼마나 된다고 그럼? 생산라인 얼마 되지도 않음ㅎㅎ" 이런 분위기가 많았습니다. 그러다가 시장의 주목을 받고 나니 주가는 무섭게 치솟았습니다.

대주주 과세 문제 등으로 조정이 연말 지나고 나면 또 어떻게 될 지 모르죠. 봐도 봐도 돌아서면 잊어버리는 공정 내용을 정리해봅니다.



| HBM 공정 특성 및 방향성

DDR5와 HBM 제품의 공통점은 TSV(Through Silicon Via) 공정 입니다.

TSV는 본딩 방식의 하나로, 2개의 칩 사이에 구멍을 뚫고 볼 형태의 범프를 형성, 해당 범프들을 수직으로 연결하는 방식입니다. 이렇게 DRAM 칩을 쌓아 만드는 게 HBM 입니다.



칩을 쌓을 때 칩(TSV)과 범프의 접착에 본딩이 필요합니다. 4단 정도로 적층 단수가 낮을 때는 어떤 방식이든 문제가 안생기지만, 단수 증가 시 본딩 신뢰도 저하, 웨이퍼 휨 현상 등의 문제가 생깁니다. 그래서 업체간 생산 방식에 차이가 발생했습니다.


 (1) TC-NCF(Thermal Compression-Non Conductive Film) 공정

삼성전자가 현재까지, SK하이닉스가 HBM2 까지 채택한 공정으로, 열과 압력으로 본딩하는 방식입니다. NCF 라는 절연필름을 범프와 칩 사이에 놓고 열과 압력을 가하여 절연필름을 녹이고, 이를 통해 범프와 범프를 접착합니다.



범프 개수가 확대되면 이 방식에 문제가 생깁니다. HBM3 기준 I/O 개수는 1,024개로, 범프도 1,024개 필요합니다. 본딩 과정에서 균일한 열과 압력으로 모든 범프를 다루기 어려워 본딩 신뢰도가 저하됩니다.

여기서 삼성전자는 TC-NCF 공정의 본딩 신뢰도를 높이는 쪽으로, SK하이닉스는 다른 공정(MR-MUF)으로 선회하는 쪽으로 나아갔습니다.

삼성전자는 NCF 소재를 개선하여 단수 증가 과정에서 발생하는 Warpage(웨이퍼 휨 현상)까지 제어하려는 계획입니다.


 (2) MR-MUF(Mass Reflow-Molded Underfil) 공정

SK하이닉스가 HBM2E 부터 채택한 공정 입니다. 로직 다이에 DRAM 칩을 쌓아올릴 때 칩과 칩 사이에 범프를 붙이고, 여기에 열을 가해 범프와 칩을 접착합니다. 열을 가해 범프를 녹이는 공정을 리플로우(Reflow)라고 합니다.

범프는 TSV 통로마다 형성되는데, (1)에서 보았듯 HBM3의 경우 범프가 1,024개 존재합니다. 수많은 범프를 한 번에 녹이면서 본딩시켜야 하기 때문에 대량의 리플로우라는 의미로 Mass Reflow 라는 호칭이 붙습니다.

이후 범프와 범프 사이 공간을 채워주는 언더필(Underfil) 공정을 진행합니다. HBM3은 I/O 개수가 많아져 범프 크기가 미세화되는데, 범프 크기가 작아질수록 접합부에서 범프 하나당 가해지는 부담이 커집니다. 이를 줄여 접합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범프 사이사이 공간에 물질을 채워주는 동시에 칩을 감싸는 몰딩(Molding) 작업도 동시에 진행합니다. 마지막으로 압력을 통한 본딩을 더해주면 최종적으로 공정이 마무리됩니다.



단수가 증가하면서 기존 압력 만으로 본딩할 때 범프의 접합 신뢰도 우려가 발생하며, 결국 MR-MUF와 TC본딩을 결합함으로써 신뢰도를 높일 수 있게 됩니다. 더불어 기존 TC본딩은 열과 압력을 일정 시간 유지시켜야 하기 때문에 공정 소요시간이 늘어나 생산성이 떨어집니다.


 (3) Advanced MR-MUF 공정

HBM3 12단 제품부터 문제가 발생합니다. 단수가 올라가면서 칩의 두께를 최소화 하는 게 중요해지는데, CMP 공정으로 웨이퍼 두께를 축소하면서 Warpage 문제가 생깁니다.

리플로우 공정은 고열로 진행되어 웨이퍼가 얇아질수록 고열이 가해졌을 때 휘어지는 강도가 커집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SK하이닉스가 고안한 방법은 휘어짐 방지를 위해 가벽 역할을 하는 패드를 얇은 웨이퍼에 임시 접합시키는 방식입니다. 여기에 성능 향상을 위한 신규 보호재를 넣어 열방출 능력을 개선시켰습니다. 이러한 방식으로 HBM3를 12단으로 쌓으면서 두께는 8단과 동일(칩 두께가 기존 대비 40% 얇아짐)하고 열방출 능력은 36% 개선됩니다.

MR-MUF 공정에 대한 오해 중 하나가 TC-NCF 공정과의 연결성인데, MR-MUF에서도 압력을 통한 본딩 과정이 있으므로 관련 장비는 여전히 사용됩니다. 다만 이는 TC-NCF 공정과는 성격이 다른 것으로, SK하이닉스는 TC-NCF 공정에 사용됐던 TC본딩 장비를 MR-MUF 공정에서도 사용할 수 있게 맞춘 것입니다. 공정을 기준점으로 보면 TC-NCF 공정은 MR-MUF로 대체된 것입니다.



리플로우 공정은 플럭스(Flux) 사용 여부에 따라 2가지 타입으로 나뉩니다.


  1) 플럭스

HBM의 각 DRAM 칩 사이는 범프로 연결되며, 범프 표면에 플럭스 소재가 도포됩니다. 배선을 만드는 과정에 산화막이 필연적으로 발생하는데, 산화막이 과도할 경우 접합 퀄리티가 떨어지는데, 이를 제거하는 게 플럭스 라는 금속 물질입니다. 플럭스는 일정 온도 이상에서 반응해 산화물과 불순물을 제거합니다. 본딩 이후 세정 공정을 통해 플럭스는 제거됩니다.


  2) 플럭스리스(Fluxless)

플럭스 대신 산 계열의 특정 물질을 사용하는 것으로 추정되며, 해당 물질의 역할은 플럭스와 동일합니다.

통상적으로 플럭스 타입의 적용처는 칩의 적층 부분이며, 플럭스리스 타입은 기판과 칩 다이의 연결 부분에 사용될 전망입니다.



| MR-MUF vs 하이브리드

12단 제품까지는 기존 방식으로 생산이 가능하나 16단부터는 하이브리드 본딩 방식을 적용하는 게 업체들의 공통된 기술 로드맵입니다. 단, 웨이퍼를 얇게 하는 방식을 12단 제품에서 이미 하고 있어 정해진 높이 기준을 맞추려면 범프를 조정해야 합니다. 적층 시 범프와 같은 중간 물질이 없다면 높이에 대한 부담을 줄일 수 있습니다.

업체들은 HBM4부터는 중간 물질 없이 칩과 칩을 직접 본딩하는 하이브리드 본딩을 채택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칩과 칩 사이 공간 없이 다이렉트로 구리와 구리를 연결하는 방식 입니다.

하이브리드 본딩은 다이 표면 평탄화 > 본딩 > 열처리 순서로 진행됩니다. 적층 시 중간 물질이 없으므로 다이 평탄화 작업이 향후 수율을 결정할 중요 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CMP 공정 중요도가 부각될 전망입니다.

하이브리드 본딩 공정이 도입되어도 MR-MUF는 8단, 12단 등의 제품에서 여전히 높은 비중으로 사용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이브리드 본딩 공정의 경제성이 단기적으로 좋지 않을 수 있고, CMP 등 전공정 기술 활용도가 현행 대비 커질 수 밖에 없어 후공정 대비 비용 구조가 바뀔 개연성도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MR-MUF 공정이 하이브리드 본딩 공정으로 가기 전 과도기적 공정이라는 우려는 제한적일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 정리에서 눈에 들어오는 부분은 CMP 공정 입니다. CMP 공정 관련 종목들은 수익성이 좋지 않아 상대적으로 밸류에이션이 박한 편이었습니다. CMP 관련주는 에프엔에스테크, 케이씨텍이 있습니다.

아직 HBM 관련으로 납품을 하고 있진 않고, HBM4는 먼 미래의 일입니다. 그러나 피에스케이홀딩스와 프로텍도 밸류에이션 매력이 있는 상태에서 모멘텀 만으로 폭발적인 상승을 보였으니 이들 종목들도 그러지 말란 법은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재미있는 점은 CMP 패드가 폴리우레탄으로 만들어지고 있어 KPX케미칼의 밸류체인에 속하고 있고, KPX케미칼이 실제 생산을 해서 삼성전자에도 일부 공급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매출 비중이 미미해서 그냥 스킵했는데 어라? 싶은 기분이 드네요ㅎ CMP 패드 생산 기술로 인해 다우케미칼과의 특허 소송이 있었고 KPX케미칼이 승소한 내용도 있습니다.





참고로 SKC도 PO, PPG로 이어지는 폴리우레탄 계열 생산을 하고 있어 SKC솔믹스를 통해 SK하이닉스에 CMP 패드를 공급하고 있습니다. SKC솔믹스는 SK텔레시스와 합병한 후 SK엔펄스로 사명을 변경하고, SKC는 SK엔펄스의 웨트케미칼 사업부 등 일부 사업을 매각하여 ISC를 인수했습니다. 복잡한 이합집산이 거듭되고 있어 이쪽은 투자가 여의치 않은 상황입니다.

하이브리드본딩 관련주로 새로이 조명 받을 종목은 어디일까요? 뭐가 되었든 일단 저렴하게 매수하는 게 중요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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