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 메모리, 업사이클을 넘어 빅사이클로?

반도체 업황 및 HBM에 관한 글입니다




출처 : Happy New Big Cycle, 23-09-18 다올투자증권 고영민 연구위원

반도체 업황이 바닥을 찍은 모습을 보였으나 모멘텀 만으로 주가가 너무 많이 오른 모습입니다. 마침 조정장이 시작된 것 같아 향후 다가올 매수 기회를 포착하기 위해 그동안 HBM을 중심으로 다루어졌던 이야기들을 다시 정리해보았습니다.


| 반도체 업황 진단

DDR5, HBM 등 하이엔드 DRAM 수요 발생으로 2Q23 사이클 변곡점이 형성되었습니다. 이번 사이클의 특징은 해당 제품군에 대한 노출도가 큰 업체 중심으로 차별적인 변곡점이 나타났다는 점입니다. 그러나 다음의 2가지 문제에 대해서는 좀 더 검토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1) 주가 업사이드가 남아있나?

DDR5, HBM 수요가 존재한다는 점은 실적으로 확인되었으나 관련 업체 주가는 이미 많이 올라서 PBR 밴드는 과거 업사이클 상단에 근접했습니다. 모멘텀으로 인한 주가 상승이라면, 현 주가는 부담스러운 수준입니다. 주가 업사이드가 여전히 남아있다면, 실적 추정치 상향의 근거를 살펴봐야 합니다.



 (2) 레거시 제품 수요 회복이 가능한가?

DDR4, NAND와 같은 레거시 제품 수요 회복에 영향을 주는 요인은 "경기"이며, 경기 바닥 시점은 연준의 첫 금리인하 시점입니다. FOMC 이후 금리인하 시점에 대한 불확실성이 증가했으므로, 수요 회복 가능성을 살펴봐야 합니다.



| 주가 업사이드의 근거 : AI 수요 견인 지속


 (1) AI 서비스 구조상 반도체의 중기적 수혜는 명확

AI 서비스 기반은 LLM(거대언어모델, Large Language Model)로, 대량의 데이터를 '학습'한 후 입력값을 '추론'하여 결과값을 산출하는 구조를 가집니다. 이러한 AI 서비스가 다양한 산업군으로 확장되면서 다음의 경로를 거쳐 반도체 수요가 증가합니다.

  1) 서버 내 학습 요구량 증가 : 연산 처리량 증가

  2) 학습 데이터 수집 과정에서 엣지디바이스(AR/VR 기기, 자동차 등) 연산 처리량 증가

  3) 엣지디바이스-AI서버간 트래픽 증가


비메모리/메모리 구분에 따른 수혜 효과는 다음과 같습니다.

  1) 비메모리 : 대량 학습을 위한 병렬 연산에 GPU 사용

  2) 메모리 : GPU의 보조메모리로 HBM 사용 / 서버관리를 위한 CPU 보조메모리로 DDR 사용


AI 서비스가 확대됨에 따라 고도화가 지속되고, 이 과정에 AI 학습량이 점점 많아집니다. 이 과정에서 GPU는 점점 더 많이 필요해질 것이므로, 현재의 수요는 성장 초기 단계 수준으로 볼 수 있습니다.

게다가 LLM의 중기적 방향은 멀티모달(Multi Modal) 입니다. 이는 텍스트 외에 이미지, 비디오 등 데이터 처리가 가능한 것을 의미하는데, 이런 방향이라면 텍스트 중심으로 데이터를 처리하는 현 수준보다 더 많은 메모리가 필요합니다. 참고로 현 수준에서 AI 서버에 탑재되는 HBM은 500GB 이상, DDR의 경우 TB 이상으로 일반서버 대비 2~8배 많은 수준 입니다.




자율주행, AR/VR 등에는 3차원 데이터 학습이 필수입니다. 모든 산업영역에 적용 가능한 '범용적' AI를 추구할 경우 학습에 필요한 파라미터 개수는 지속 확대될 것이나, 특정 영역에서만 사용하는 '특화' AI를 추구하는 경우 필요 파라미터 개수가 적어져 반도체 수요가 기대에 못미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까지 빅테크 업체들의 방향성은 범용적 AI 입니다. 당분간은 AI 서비스 확장을 위해 빅테크 업체간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되고, 따라서 GPU 수요가 향후 2~3년 집중될 것입니다.

TSMC의 CoWoS 캐파 확대를 감안했을 때 NVIDIA의 GPU 출하 개수는 '23년 +75%, '24년 104% 성장이 예상됩니다. NVIDIA는 현재 GPU 점유율 80%를 보이고 있고, TSMC 신규 캐파 증분의 40%를 미리 확보한 것으로 파악됩니다. HBM은 GPU 수요를 따라가므로 단기적으로 성장이 담보되어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기존 그래픽 카드에서 GPU를 보조하는 DRAM은 GDDR(Graphics Double Data Rate) 제품이었으나, AI 지원을 위한 고대역폭 필요성으로 인하여 HBM(High Bandwith Memory : 고대역폭 메모리) 수요가 본격화 되었습니다.


 (2) 학습, 추론 시장 본격화에 따른 HBM, GDDR 동반 성장

향후 학습은 HBM, 추론은 GDDR 위주로 사용될 것으로 보입니다. 학습은 대량의 데이터를 신속히 처리해야 하고, 방대한 파라미터를 사용하므로 고대역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추론은 학습에 비해서는 파라미터가 적고, 모든 작업에서 고대역폭이 필요하지 않아 비용 효율성 면에서 GDDR 채택 비중이 높을 수 있습니다.

학습량이 목표치에 도달하면 학습 관련 데이터는 더 이상 발생하지 않을 것이나, 추론은 사용 과정에서 데이터 사용이 지속 발생합니다. 향후 학습보다 추론용 메모리 시장이 더 커질 것이라는 논리의 배경입니다. 그러나 아직은 AI 시장 초기이기 때문에 HBM 성장 둔화를 우려하기엔 너무 이른 시점입니다.



향후 GPU가 NPU, TPU 등으로 대체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으나, 설령 그렇게 된다고 해도 메모리 반도체에 대한 수요는 그대로 유지됩니다.


  (3) AI가 깨운 DDR5 수요

'24년은 억눌려있던 서버 전환 수요가 터지면서 DDR5 채택이 빠르게 확대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서버 CPU 점유율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인텔이 3년 넘게 미루던 사파이어 래피즈를 '23년 1월에 출시했기 때문입니다.

AI 서버 확대와 맞물려 128G 이상 고용량 모듈 수요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SK하이닉스의 DRAM 매출 내 DDR5 비중은 '22년 5% 수준에서 '23년 13% 수준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과거 DDR 세대 전환 속도를 보면, 침투율 50% 도달시간은 DDR2 11개 분기, DDR3 8개 분기, DDR4 16개 분기 입니다. 내년이면 사파이어래피즈 출시 후 4개 분기가 지난 상태이므로 DDR5 전환이 가속화될 수 있습니다.

단기적으로 특이한 점은 서버 CPU용 DRAM이 아닌, 저전력 모바일용 LPDDR 채택이 발생하고 있다는 점인데, 이는 GPU 기반 AI 서버의 비용효율화 관점에서 발생한 현상으로 여겨집니다. 그러나 완전한 성능 구현에는 한계가 있으므로 결국 DDR5로의 회귀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4) 높은 ASP 지속

HBM은 공급이 수요를 못따라가고 있어 '24년 ASP 또한 긍정적인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입니다.




| 레거시 제품 수요 회복 가능성 : AI 후방 제품 수요 증가

DDR4, NAND 등 기존 제품 수요 회복이 지연되고 있으나 공급 또한 강하게 축소되고 있습니다. 반도체는 공급에 의해 업황이 조절되는 산업이므로 수요가 낮아져도 공급보다 높은 수준이라면 좋은 업황이라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22년 하반기부터 글로벌 업체들의 공급 축소가 진행되었고, 삼성전자는 뒤늦게 감산에 동참하며 전체 캐파의 30~50%만 가동시키는 등 역사상 가장 강도 높은 공급 축소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연초 계획 대비 DDR5, HBM 생산이 상승했음에도 연간 공급 B/G(Bit Growth)에 변화가 없는 것을 보면 DDR4 생산이 연초 대비 더 감소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공급 축소 효과로 3Q23부터 재고는 점진적으로 감소하고 있어 연말 기준 재고 주수는 9~11주 정도로 예상됩니다.



수요 측면에서도 AI 서비스 확대로 인해 레거시 제품 수요 반등이 예상됩니다. AI 서비스 실행 과정에서 생기는 데이터 트래픽은 일반서버가 담당하므로, 일반 서버의 DDR5 채택이 당연할 것이나, 비용 효율성 측면에서 DDR4 채택 현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빅테크 업체들의 AI 서버 집중 투자에 따라 일반서버는 비용 부담이 덜한 DDR4로 향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러나 주요 생산업체 생산라인은 DDR4에서 DDR5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어 '23년말이 되면 DDR4 비중이 30% 아래로 낮아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생산라인 축소와 웨이퍼 투입량 축소 효과 감안 시 향후 판매될 DDR4는 현재 보유 재고가 유일합니다. 가격 반등 탄력도가 높을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NAND 역시 동일합니다. 데이터 사용량 증가로 인해 이를 저장하는 스토리지 용량이 확대되어야 합니다. 메모리 가격이 하락한 현 상황에서 선제적인 스토리지 용량 확대를 준비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주요 AI 서비스 출시 상황을 감안할 때 레거시 메모리 수요 본격화 시점은 '24년 2~3분기가 유력해보입니다.



| 업사이클을 넘어 빅사이클로

과거 빅사이클은 (1) 강한 공급축소에 따른 기저효과 발생 상황에서 (2) 예상을 상회하는 수요가 발생했을 때 형성되었습니다. 이번 '23~24년 사이클에서도 상기의 조건이 모두 확인됩니다. 이번 사이클에서의 상대수요 비율은 4Q23 108% 수준으로 추정되어 과거 사이클 고점을 상회하므로, '24년까지 강한 사이클을 형성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개인적인 견해로는 Fig.18 테이블만 봐도 HBM에 대한 기대가 과한 것 같습니다. 이번 조정기를 거친다 해도 일반적인 소부장 종목 중에 투자 대상을 고르는 게 업사이드가 더 크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중요한 건 싸게 사는 거 아니겠습니까^^


Comments